쉬운 공문서 쓰기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써야 한다. 공문서는 헌법 제7조에 규정한 대로 ‘국민 전체에게 봉사하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존재인 공무원이 주로 쓰는 글이다. 따라서 비록 문학 분야의 글은 아니지만, 공문서는 일반 국민이 쓰는 글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글을 쓰는 기교와 글을 짜는 기획력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누가 읽어도 오해할 일이 없도록 최소한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 이 최소한의 규칙 가운데 ‘알기 쉬운 문장’으로 쓰라는 것이 문법에 관한 규정이라면, 그 문장 안에 들어가는 어휘의 선택과 표기에 관한 규정이 어문규범이다. 어문규범에는 표준어 규정, 한글 맞춤법, 외래어 표기법,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표준화법 등이 있다.

어문규범은 되도록 잘 지키는 것이 좋지만, 복잡하고 많은 규정을 다 꿰뚫고 기억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너무 엄격하게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낱말에 관해 말하자면, 공문서에 사투리를 쓸 일은 거의 없겠지만, 요즘의 국어문화는 사투리도 우리의 문화 자산 가운데 하나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과거보다는 훨씬 유연한 태도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공문서는 전 국민의 소통에 최우선의 목표를 두어야 하므로 표준어를 사용해야 한다. 표기 분야의 규범인 한글 맞춤법, 외래어 표기법과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정보 검색, 정보 전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규범을 잘 따라야 한다.

어려운 문제는 한글 맞춤법 가운데 띄어쓰기 규정이고, 그중에서도 특히 명사구의 띄어쓰기가 혼란스럽다. 원칙적으로 국어사전에 하나의 낱말로 올라가 있는 합성어가 아니라면 명사들은 다 띄어 써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시민운동, 사회단체’와 같이 붙여 쓰는 말이 있는 반면에 ‘이웃 나라, 시민 단체, 사회 운동’처럼 띄어 쓰는 말들이 있다. 이처럼 두 개 이상의 독립적인 낱말을 합하여 하나의 합성어가 되는 사정과 두 개 이상의 낱말을 명사구로 표현하는 기준은 분명하지 않을 때가 많다. 신문에서 지면 부족을 이유로 워낙 오랫동안 마구 붙여 쓰던 관행이 공문서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글쓰기에도 많은 영향을 미쳐 명사들을 원칙 없이 붙여 쓴다. 게다가 일제의 잔재로 보이는 법령 분야의 붙여 쓰기 관행도 법률의 높디높은 사회적 지위 때문에 띄어쓰기 규정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이웃 나라

시민운동

시민 단체

사회단체

사회 운동

또한, 전문용어는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붙여 쓰는 것도 허용하는데, 이런 모호한 원칙이 명사구 띄어쓰기를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지방 자치 단체’로 할 것인지 ‘지방자치단체’로 할 것인지 선택이 쉽지 않다. 띄어 쓰게 되면 고유한 의미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붙여 쓰는 경향이 더 강해져서, 이제는 어느 정도까지 붙여 쓰기를 허용해야 하는가가 관건이 되었다. 이에 법률의 이름에서는 최대 8자까지 붙여 쓰는 것을 허용하는 선에서 그 이상의 붙여쓰기를 제한하기로 하였다. 이는 사람이 한눈에 알아챌 수 있는 글자의 수가 8자 정도라는 심리학의 실험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합성어와 전문용어가 아니라면 명사들은 띄어 쓰되, 전문용어라도 8자가 넘어갈 것 같으면 의미 단위로 띄어 쓰는 게 좋다. 또한, 하나의 문서 안에서는 일관성을 지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