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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찌릿찌릿 저려오는 여인 유년기 시절부터 대학교 4학년 졸업할 때까지 함께 살며 같은 방을 썼을 정도로 몸은 가까웠지만 , 마음의 거리가 끝이 보이지 않던 그때 그 시절 일하느라 늘 바쁜 엄마, 아빠를 대신해 사춘기라는 면목으로 무작정 퍼붓는 짜증과 이유 없는 반항에도 한 번도 모진 말 하지 않고 혼자 감내하며 나를 기다려 주었던 할머니 그렇게 평생을 같은 집 , 같은 방에 살 것만 같던 , 하루하루 느리게 흐르던 시간은 졸업과 취업 준비로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빠르게 흘렀고 어느새 사회 초년생이 된 나는 집에서 한 시간 가량 위치한 타지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다. 몸이 멀어지니 마음이 더 가까워진 청개구리 손녀 딸 내 나이 24살 코 묻은 첫 월급을 받고 운 좋게 명절이 겹쳐 상여금까지 함께 받았던 날 정시 퇴근 후 세상을 다 가진 듯 기차를 타고 본가에 올라가 '할매 ~ 송 매니저 처음으로 월급이랑 인센티브 받아왔다. 오늘 저녁 내가 쏠게 돼갈 먹으러 가자' 라며 인사도 없이 큰 소리로 말을 했다. 나도 알고 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낯부끄럽고 어디 쥐구멍이 있으면 숨고 싶은 문장이라는 것을 할머니는 어디에 무엇을 먹으러 가자는 것인지 정확히 몰랐을 텐데 장롱 속 깊숙이 걸어 놓은 옷을 꺼내 반듯하게 다려 입고 곱게 화장까지 하고 나오던 나의 할머니 그녀에게는 어디에서 무엇을 먹는 지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품 안의 자식 마냥 아기 같던 손녀 딸이 타지에서 고생하여 벌어온 돈으로 밥 한 끼를 대접한다는 게 중요했던 것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밖에서 할머니와 둘 이 외식을 하며 내 직급은 매니저 이고 , 내 직무는 출납 업무를 하는 등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던 그 날 그때도 할머니는 나를 보며 끼니는 거르지 않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입사하던 해에 주임, 대리 등의 직급명 대신 매니저, 파트장 등으로 직급명 으로 바뀌는 중이었고 회사에서는 이런 저런 변화를 시도하며 과도기를 겪고 있었던 것 같다. ) 잠자리는 불편하지 않은지 , 매사에 겸손해야 한다는 등 내 걱정에 고기는 제대로 씹어 삼킬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 할머니가 먼 여행을 떠난 지 7년이 되어 가는 지금 그동안 나는 결혼을 하고 자식도 둘이나 낳은 엄마가 되었지만 기쁜 날, 슬픈 날, 힘든 날이면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난다. 할매 이제 손녀딸이 돼지갈비 아닌, 소갈비도 잔뜩 사 드릴 수 있는데 보고 싶어요 많이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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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자 : 송혜민
- 등록일 :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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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자 : 정나미
- 등록일 :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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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이번 추석에는 손녀딸이 쏠게요! 같이 힐링 여행 가요!" 추석이 되기 며칠 전, 나는 할머니께 안부 전화를 드리면서 이번 추석에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할머니는 여행이라는 말에 제법 기뻐하셨다. 이 와중에도 나는 무의식적으로 '힐링'이라는 말을 썼는데 과연 할머니가 이 말을 이해하셨을까? 여행이라는 말에 그저 좋아하신 건 아니었을까? 우리나라의 고유 명절인 '추석'에 외국어가 남발했던 아이러니한 여행 후기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행을 가기 전 우리는 드라이브 쓰루가 있는 카페에 들렀다. 그런데 이게 웬걸, '드라이브 쓰루'라는 단어는 할머니뿐만 아니라 내 어머니에게도 익숙지 않았나 보다. 어머니는 "드라이브 루쓰..? 드라이브 쓰루쓰..?"라고 하시며 계속 헷갈려 하셨다. 할머니는 아예 단어의 발음을 하지 못하셨다. 할머니께서 "그게 뭣이여?"라고 물어보셨다. "아, 차에서 내리지 않고 음료를 주문하고, 차에서 음료를 받을 수 있는 거예요 할머니."라고 대답하자 그제야 이해하신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드라이브 쓰루에서 음료를 받고, 우리는 강릉으로 템플스테이를 하러 갔다. 절에 가는 길에 어머니와 나와 내 동생은 템플스테이에 대해서 신나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단 한 사람, 할머니만 조용히 계셨다. 그랬다. 우리는 '템플스테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익숙하지만, 할머니에게 이 단어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을 것이다. 할머니는 절을 좋아하신다. 그래서 여행을 가기 전 안부 전화에서 나는 할머니께 절에 휴식을 하러 갈 것이라고 말씀드렸고 그 말을 들은 할머니는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그런데 지금,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템플스테이'라는 단어 하나 때문에 할머니와의 소통이 단절된 것이다. 분명 '스님'과 '절'이라는 단어가 오고 간 것 같은데, '템플스테이'라는 희한한 단어가 들리니 할머니 입장에서는 긴가민가하셨을 것이다. 그래서 바로 "할머니, 우리 지금 절에 편히 쉬러 가고 있어요. 가서 스님도 만나서 이야기할 거예요."라고 말씀드렸더니, 그제야 환하게 웃으셨다. 1박 2일간의 템플스테이를 마치고 이번에는 본격적인 강릉 여행을 시작할 차례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리는 초당마을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강릉 하면 초당순두부가 역시 유명하다. "강릉의 로컬 푸드 하면 초당 순두부지! 할머니, 순두부 좋아하죠?" "으응....이 할미는 순두부..좋아하지...그런데..로..로칼..? 그게 뭣이여?" 나는 할머니가 말을 꺼내기 전까지 무엇이 이상한 지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냥 그 지역에서 유명한 음식이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로컬 푸드'라는 영어를 써서 또 한 번 할머니를 당황시킨 것이다. 어제 템플스테이라는 말을 해놓고도 또 영어를 남발하다니. 나는 할머니에게 재빨리 그 지역에서 유명한 음식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할머니는 별 걸 다 영어로 쓴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보셨다. 밥을 먹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잠시 패스트푸드점에 들렀다. 나와 어머니는 화장실에, 동생은 잠시 차에 갔을 때였다. 우리가 왔을 때 할머니는 무언가 당황하신 것 같았다.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할머니께서 우리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싶으셨나 보다. 그래서 카운터에서 주문을 하려고 했는데 직원이 "주문은 키오스크에서 해주세요."라고 말하고 홀라당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다는 것이었다. 앗, 여태까지 직원에게 주문을 했었는데 갑자기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라니. 할머니는 그 뜻이 무엇인지 몰라 순간 본인이 '무언가를 실수했나?'라고 생각했다고 하셨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차라리 '뒤쪽에 있는 기계'라고 알려줬다면 할머니가 덜 당황하셨을 거다. 직원을 탓하는 게 아니다. 직원도 아무 생각 없이 무의식적으로 '키오스크'라는 단어가 튀어나왔을 것이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외국어를 무의식적으로 굉장히 많이 쓴다. 할머니와 함께 한 추석 여행은 정말 재밌었지만 우리의 일상에 외국어가 얼마나 많이 녹아 있는지, 이로 인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생활에서 어떤 불편함을 느꼈을지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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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자 : 강미연
- 등록일 :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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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자 : 동동
- 등록일 :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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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자 : 김미순
- 등록일 :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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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건강도 마음도 부쩍 쇠약해지신 할아버지를 결국 요양원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처음 요양원 입소를 권했을 때, 완강하게 거부하시던 모습 때문에 가족들 모두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같은 방을 쓰시는 분들이나 사회복지 프로그램에서 만난 다른 방 분들과도 마음이 잘 맞다며 인상이 한결 밝아지셨습니다. 몇 개월 있지도 않은 요양원이 얼마나 좋으면 그러시는지....이번 추석을 맞이하여 저희 집에서 하룻 밤 주무시고, 다음날 저녁까지 드시고 가시라는 손녀 애교에도 불구하고 "영 불편하다~" 하시면서 점심만 드시고 요양원에 데려다 달라는 말씀에 가족들 모두 서운하면서도 곁에 계신 분들에게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요양원으로 돌아가실 때 "가족들이 안 찾아오는 친구들이 몇 있으니 음식만 넉넉하게 싸다오!" 하시더니 음식이 들어있는 큰 쇼핑백을 뿌듯하게 보시던 할아버지 얼굴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할아버지가 요양원으로 돌아가신 날 저녁, 언니와 함께 할아버지께 영상통화를 걸었는데 마침 저녁식사 중이셨는지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모여계셨습니다. "인사해, 내 손녀 딸래미들이야, 여기는 내 친구들!!!" 할아버지의 우렁찬 외침에 얼떨결에 인사드리고 보니 모여계신 할아버지들이 총 7명. 생각보다 많은 인원에 당황하여 "할아버지, 언제 이렇게 친구를 많이 사귀셨어요? 우리 할아버지 요양원 핵인싸네~ 할아버지 MBTI 대문자 E 인가봐요!" 저도 모르게 할아버지 모르는 외래어를 막 쏟아냈습니다. 당연히 알아들으실 리 없는 7명의 할아버지들은 웅성웅성 거리시며 "저게 뭔 말이다냐, 나 귀가 잘 안들려서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하시며 미안해하셨습니다. 배려없이 뜻 모를 말은 한 건 저인데 되려 귀가 안좋아 못 알아듣겠다며, 미안해하시는 할아버지들을 보니 너무 죄송했습니다. 결국 또박또박 "할아버지 친구들 많다고요, 인기 엄청 엄청 많다고요!!!" 하니까 그제야 쑥쓰럽게 허허 웃으시던 할아버지. 앞으로 할아버지와 통화할 때는 소통을 방해하는 외래어, 외국어 자제할게요. 늘 건강하세요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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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자 : 황보연
- 등록일 :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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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자 : 이승관
- 등록일 :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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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자 : 정윤범
- 등록일 :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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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자 : 박지연
- 등록일 : 202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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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8살때부터 키워주셨던 할머니가 벌써 아흔 살이 다 되어 가신다. 명절을 앞두고, 아빠를 모셨던 수목장에 같이 가기로 하여 전화를 드렸다. 전화하자마자 할머니는 내 끼니를 물어보신다. "그래~밥은 먹었니? 든든하게 먹었어?" "응 할머니~그냥 패스트푸드 먹었어요. 할머니는요?" "패스트푸드가 뭐냐~" "아, 햄버거요 햄버거! 간단하게 먹었어~" "아니 왜 그런걸 먹냐, 든든하게 밥을 먹어야지~" "아 애 키우느라 정신 없어 그렇지! 명절 때 증손자 데리고 갈게~집에서 점심먹고 수목장으로 같이 출발해요~!" 잔소리가 길어질까 싶어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명절 당일에 남편과 5살 아들을 데리고 할머니 댁에 갔다. 집에서 간단히 시켜먹자고 얘기했으나, 할머니는 우리들을 위해 많은 음식을 준비해 두셨다. 소고기, 갈비찜, 나물, 장어구이...아니 허리 아프고 무릎 아프시다면서 왜 다 준비하셨대? 했더니 할머니 말씀이 "아니 자꾸 저번에 패 뭐시기 먹는다고 해서, 이런 몸에 좋은 음식들을 먹어야지 응?" 또 잔소리를 시작하신다. 너가 어릴 때부터 편식이 심했다느니 애기는 몸에 좋은 걸 먹여야 키가 큰다느니.. 그래서 나도 말했다. "우리도 요즘 몸에 좋은 거 잘 챙겨먹어요! 슬로푸드 많이 먹는다구~" "아니 그건 또 뭐냐??" "아, 음 정성스런 음식이요. 빠르게 준비해서 간단히 먹는거 말고 정성스럽게 준비해서 천천히 먹는 음식이에요~" 옆에 있던 남편이 거들었다. "그래~그런걸 먹어야지 몸에 좋아, 정성음식!" "음음 알겠어요~앞으로 정성음식 많이 먹을테니까 어서 먹고 아빠한테 출발해요!"라고 대답하며, 할머니는 내가 어려서부터 내가 밥을 먹었는지 뭘 먹었는지 관심이 많으셨던게 생각났다. 어릴때는 마냥 잔소리로만 느껴졌던 말이었는데, 내가 아들을 낳고보니 그 말이 따뜻한 말이라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할머니가 오래 오래 건강히 사셔서, 나에게 밥을 먹었는지 뭘 먹었는지 계속 물어봐 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전화를 자주 드려서 똑같이 여쭤봐야지. 어려운 외국어나 외래어가 아닌 쉬운 우리말을 쓰면서 자주 소통하고, 우리 아들에게도 예쁜 말을 물려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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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자 : 이은영
- 등록일 : 202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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