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바운드’ 대신 ‘국외여행’
- 등록일: 202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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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바운드’ 대신 ‘국외여행’
김태경(한양대학교 창의융합교육원 교수/한양대학교 한국어문화원 원장)
장기간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많은 사람의 관심이 최근 여행과 관광에 몰리고 있다. 인터넷에서 여행 관련 기사를 검색해본 사람이라면 ‘SIT’라는 용어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SIT’가 무엇을 가리키는 말인지 알 수 없어서 그 뜻을 찾아보았더니 ‘Special Interest Tourism'을 줄여 부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즉 관심 분야에 적합한 여행지를 방문하여 그 지역의 고유한 체험 활동을 하는 특수한 목적을 지닌 관광이라는 뜻이다. 쉽게 말해서 ‘특수 목적 관광’이다. ‘SIT’라는 용어를 앞세우고 그 뒤에 ‘특수 목적 관광’이라는 표현을 덧붙인 기사문도 보인다. 그러나 애초에 ‘SIT’ 대신 ‘특수 목적 관광’이라고 쓸 수는 없는 것일까?
2005년에 제정된 국어기본법에서는 공문서 쉽게 쓰기 방안으로 제14조 1항에 ‘공공기관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고 공문서 한글 전용을 규정하였다. 그리고 2017년 3월에는 국어기본법 제14조 1항이 개정되어 과거에 단지 한글 전용 표기만을 규정한 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를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고 정하였다. 최소한 국민 개인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분야에서만큼은 일반 국민이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말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나 법적 규정이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공공언어의 개선은 미미한 실정이다. 보도 자료나 공공기관의 누리집 화면을 보면 지나치게 어려운 전문용어나 외국어 남용이 심각한 수준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공공언어에서조차 전문용어나 외국어를 남용하게 되면 꼭 필요한 정보로부터 소외되는 사람이 생겨날 뿐 아니라 민원 발생이 늘어나 행정 효율도 떨어지게 된다.
한양대학교 한국어문화원에서는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 ‘정부 공공기관 대상 어려운 전문용어 개선 지원 사업’의 하나로 <경기관광공사>와 협력하여 보도 자료나 공고문 등에 쓰인 어휘 목록을 조사하고, 이 가운데 외국어와 어려운 한자어로 된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다듬어 배포하였다. 순화어 목록을 확정하기에 앞서, 각 후보 목록의 순화 필요성과 대체어의 적절성에 대한 공공기관 종사자와 일반인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 조사 결과, 대부분의 응답자가 외국어와 한자어 등 어려운 용어의 순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공공기관 종사자가 생각하는 용어 개선의 필요성과 일반인이 생각하는 필요성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었다. 공공기관 종사자에 비해 일반인들의 개선 요구가 훨씬 높게 나타난 것이다.
- 기존에 사용하던 용어를 개선할 필요가 있는가?(전체 평균)
또한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서한, 선순위, 트래블마트, 배리어프리’ 등 한자어나 외래어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 반면, 일반인들은 ‘MICE 사업, Post-COVID, IoT, PPL, TF’ 등 외국어 약자로 만들어진 용어를 우선적으로 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었다. 우리는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하여, 최종적으로 다듬은 말 목록 50개를 제시하고(아래 표), 쉬운 우리말 용어를 널리 알리기 위해 1분 내외의 영상 카드뉴스 10편을 별도로 제작하였다.
- 다듬은 말 최종 목록(한양대 한국어문화원, 경기관광공사)
번호 | 대상어 | 다듬은말 |
---|---|---|
1 | BP | 우수 사례, 모범 사례 |
2 | ICT | 정보 통신 기술, 정보 문화 기술 |
3 | IoT | 사물인터넷 |
4 | MOU | 업무 협정, 업무 협약 |
5 | OTT |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
6 | PCO | 행사 대행 업체, 행사 전문 업체 |
7 | Post-COVID | 코로나 이후 시대, 코로나 이후 |
8 | PPL | 간접 광고 |
9 | R&D | 연구 개발 |
10 | ROS | 매출액 수익률, 매출 수익률 |
11 | SIT | 특수 목적 관광, 특정 관심 관광 |
12 | SOC | 사회 기반 시설, 사회 간접 자본 |
13 | TF, TFT | (특별) 전담조직 |
14 | VR | 가상 현실 |
15 | 갈라 디너 | 뒤풀이 만찬 |
16 | 그랜드투어 | 체험 여행 |
17 | 데이터랩 | 데이터 융합 분석 서비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
18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 디지털 전환, 디지털화 |
19 | 로컬 | 현지(의) |
20 | 로컬택스 | 지방세 |
21 | 마인드 함양 | 인식 함양 |
22 | 메가 이벤트 | 대규모 행사, 초대형 행사 |
23 | 배리어프리 | 무장벽, 장벽 없는 |
24 | 블루콘텐츠 | 해양문화자원 |
25 | 서한 | 편지 |
26 | 선순위 | 우선순위 |
27 | 세일즈콜 | 방문 영업, 현지 방문 영업 |
28 | 아웃바운드 | 국외여행 |
29 | 아카이브 | 자료 보관소, 자료 저장소, 기록 보관소, 자료 전산화 |
30 | 양여 | 넘겨줌, 넘겨준 |
31 | 언택트 | 비대면, 비접촉 |
32 | 얼라이언스 | 제휴 관계, 연합체 |
33 | 온라인 헬프 | 온라인 도움말, 온라인도움 |
34 | 유자격 | 자격 있는, 전문 |
35 | 유휴 | 안 쓰는 |
36 | 이커머스 | 전자 상거래 |
37 | 인센티브 | 성과급, 혜택 |
38 | 인프라 | 기반 시설, 제반 시설 |
39 | 자부담 | 자기 부담, 본인 부담 |
40 | 캠퍼 | 야영객 |
41 | 컨버전스 | 복합 (기기) |
42 | 킬러콘텐츠 | 핵심 콘텐츠, 돌풍 콘텐츠, 선풍적 콘텐츠 |
43 | 트래블 마트 | 관광 박람회 |
44 | 트레일러닝 | 산악 달리기 |
45 | 패밀리형 | 가족형 |
46 | 팸투어 | (초청) 홍보 여행 |
47 | 플래그십 마케팅 | 대표상품 마케팅 |
48 | 하이브리드 행사 | (온오프라인, 대면·비대면) 병행 행사 |
49 | 헬프라인 | 익명 제보 시스템, 익명 제보 창구 |
50 | 힐링투어 | 치유 여행, 마음 치유 여행 |
전문 집단 안에서 고착화된 용어를 바꾸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지속적으로 순화 대상 용어를 찾아내어야 하고 언중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절한 대체어를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공공언어의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공언어의 생산 주체인 공적기관 종사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바람직한 언어 사용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하여 억지스러운 외국어와 어려운 한자어 대신 쉬운 우리말을 쓰는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게 될 날을 기다려 본다.
김태경
- 한양대학교 창의융합교육원 교수
- 한양대학교 한국어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