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9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건강도 마음도 부쩍 쇠약해지신 할아버지를 결국 요양원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처음 요양원 입소를 권했을 때, 완강하게 거부하시던 모습 때문에 가족들 모두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같은 방을 쓰시는 분들이나 사회복지 프로그램에서 만난 다른 방 분들과도 마음이 잘 맞다며 인상이 한결 밝아지셨습니다. 몇 개월 있지도 않은 요양원이 얼마나 좋으면 그러시는지....이번 추석을 맞이하여 저희 집에서 하룻 밤 주무시고, 다음날 저녁까지 드시고 가시라는 손녀 애교에도 불구하고 "영 불편하다~" 하시면서 점심만 드시고 요양원에 데려다 달라는 말씀에 가족들 모두 서운하면서도 곁에 계신 분들에게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요양원으로 돌아가실 때 "가족들이 안 찾아오는 친구들이 몇 있으니 음식만 넉넉하게 싸다오!" 하시더니 음식이 들어있는 큰 쇼핑백을 뿌듯하게 보시던 할아버지 얼굴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할아버지가 요양원으로 돌아가신 날 저녁, 언니와 함께 할아버지께 영상통화를 걸었는데 마침 저녁식사 중이셨는지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모여계셨습니다. "인사해, 내 손녀 딸래미들이야, 여기는 내 친구들!!!" 할아버지의 우렁찬 외침에 얼떨결에 인사드리고 보니 모여계신 할아버지들이 총 7명. 생각보다 많은 인원에 당황하여 "할아버지, 언제 이렇게 친구를 많이 사귀셨어요? 우리 할아버지 요양원 핵인싸네~ 할아버지 MBTI 대문자 E 인가봐요!" 저도 모르게 할아버지 모르는 외래어를 막 쏟아냈습니다. 당연히 알아들으실 리 없는 7명의 할아버지들은 웅성웅성 거리시며 "저게 뭔 말이다냐, 나 귀가 잘 안들려서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하시며 미안해하셨습니다. 배려없이 뜻 모를 말은 한 건 저인데 되려 귀가 안좋아 못 알아듣겠다며, 미안해하시는 할아버지들을 보니 너무 죄송했습니다. 결국 또박또박 "할아버지 친구들 많다고요, 인기 엄청 엄청 많다고요!!!" 하니까 그제야 쑥쓰럽게 허허 웃으시던 할아버지. 앞으로 할아버지와 통화할 때는 소통을 방해하는 외래어, 외국어 자제할게요. 늘 건강하세요 할아버지!
- 글번호 :
67
- 등록자 : 황보연
- 등록일 : 2024.09.20
- 조회수 : 100
-
- 글번호 :
66
- 등록자 : 이승관
- 등록일 : 2024.09.20
- 조회수 : 109
-
- 글번호 :
65
- 등록자 : 정윤범
- 등록일 : 2024.09.20
- 조회수 : 127
-
- 글번호 :
64
- 등록자 : 박지연
- 등록일 : 2024.09.19
- 조회수 : 171
-
나를 8살때부터 키워주셨던 할머니가 벌써 아흔 살이 다 되어 가신다. 명절을 앞두고, 아빠를 모셨던 수목장에 같이 가기로 하여 전화를 드렸다. 전화하자마자 할머니는 내 끼니를 물어보신다. "그래~밥은 먹었니? 든든하게 먹었어?" "응 할머니~그냥 패스트푸드 먹었어요. 할머니는요?" "패스트푸드가 뭐냐~" "아, 햄버거요 햄버거! 간단하게 먹었어~" "아니 왜 그런걸 먹냐, 든든하게 밥을 먹어야지~" "아 애 키우느라 정신 없어 그렇지! 명절 때 증손자 데리고 갈게~집에서 점심먹고 수목장으로 같이 출발해요~!" 잔소리가 길어질까 싶어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명절 당일에 남편과 5살 아들을 데리고 할머니 댁에 갔다. 집에서 간단히 시켜먹자고 얘기했으나, 할머니는 우리들을 위해 많은 음식을 준비해 두셨다. 소고기, 갈비찜, 나물, 장어구이...아니 허리 아프고 무릎 아프시다면서 왜 다 준비하셨대? 했더니 할머니 말씀이 "아니 자꾸 저번에 패 뭐시기 먹는다고 해서, 이런 몸에 좋은 음식들을 먹어야지 응?" 또 잔소리를 시작하신다. 너가 어릴 때부터 편식이 심했다느니 애기는 몸에 좋은 걸 먹여야 키가 큰다느니.. 그래서 나도 말했다. "우리도 요즘 몸에 좋은 거 잘 챙겨먹어요! 슬로푸드 많이 먹는다구~" "아니 그건 또 뭐냐??" "아, 음 정성스런 음식이요. 빠르게 준비해서 간단히 먹는거 말고 정성스럽게 준비해서 천천히 먹는 음식이에요~" 옆에 있던 남편이 거들었다. "그래~그런걸 먹어야지 몸에 좋아, 정성음식!" "음음 알겠어요~앞으로 정성음식 많이 먹을테니까 어서 먹고 아빠한테 출발해요!"라고 대답하며, 할머니는 내가 어려서부터 내가 밥을 먹었는지 뭘 먹었는지 관심이 많으셨던게 생각났다. 어릴때는 마냥 잔소리로만 느껴졌던 말이었는데, 내가 아들을 낳고보니 그 말이 따뜻한 말이라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할머니가 오래 오래 건강히 사셔서, 나에게 밥을 먹었는지 뭘 먹었는지 계속 물어봐 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전화를 자주 드려서 똑같이 여쭤봐야지. 어려운 외국어나 외래어가 아닌 쉬운 우리말을 쓰면서 자주 소통하고, 우리 아들에게도 예쁜 말을 물려줘야겠다.
- 글번호 :
63
- 등록자 : 이은영
- 등록일 : 2024.09.19
- 조회수 : 172
-
- 글번호 :
62
- 등록자 : 바람소리는
- 등록일 : 2024.09.19
- 조회수 : 191
-
- 글번호 :
61
- 등록자 : 김영지
- 등록일 : 2024.09.19
- 조회수 : 236
-
- 글번호 :
60
- 등록자 : 김영희
- 등록일 : 2024.09.19
- 조회수 : 237
-
- 글번호 :
59
- 등록자 : 신승환
- 등록일 : 2024.09.18
- 조회수 : 267
-
나: 안녕하세요, 할머니! 추석 잘 보내고 계신가요? 할머니: 잘 지내고 있어. 너는 어때? 나: 저도 잘 지내고 있어요. 할머니, 추석에 맛있는 음식 많이 드셨나요? 할머니: 응, 맛있는 거 많이 먹었지. 그런데 요즘 가게에 가면 기계가 많더라. 나: 맞아요, 요즘 키오스크라는 기계가 많이 생겼어요. 할머니, 키오스크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할머니: 아니, 그게 뭐니? 나: 키오스크는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하는 기계예요. 주로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사용해요. 터치스크린이 있어서 손으로 눌러서 사용할 수 있어요. 할머니: 손으로 누르는 거구나. 어렵지 않을까? 나: 처음에는 조금 헷갈릴 수 있지만, 제가 설명해드릴게요. 원하는 음식을 선택하고, 수량을 정한 후 결제하는 방식이에요. 카드나 현금을 넣으면 돼요. 할머니: 그러면 내가 원하는 거 쉽게 고를 수 있겠네? 나: 맞아요! 그리고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어서 더 편해요. 필요할 때는 직원분께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어요. 할머니: 아, 그렇구나. 나중에 한번 해볼게. 고마워! 나: 천만에요, 할머니!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 주세요.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할머니: 그래, 고맙다 직접 찾아뵙고 알려드리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키오스크라는 용어가 어르신분들께는 낯설고 어려운데 사용법 마저도 어려우니 다음엔 직접 모시고 가서 알려드려야겠어요.
- 글번호 :
58
- 등록자 : 박고은
- 등록일 : 2024.09.18
- 조회수 : 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