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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우리 새말] 각양각색의 ‘매치 메이킹’, ‘상대 결정’으로 한 번에 김정희 (한글문화연대 기획위원) ‘매치 메이킹(match making)’은 한 가지 말로 다듬기가 쉽지 않은 용어다. 어떤 분야에서 사용되는가에 따라 적절하게 표현할 우리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전상의 뜻부터 보자. <우리말샘>에는 ‘대결 상대를 정하는 일’이라는 풀이가 올라있다. 영어사전에서는 ‘중매, 경기를 성사시키기’ 혹은 ‘(경기의) 대진표짜기’라고 설명한다(YBM사전, 동아프라임 사전). 한편 국립국어원의 새말 모임 회의 자료에는 ‘대화나 사업 등에서 상대방을 정하는 일’이라고 나와있다. 그러니까 ‘매치 메이킹’이란 말은 운동이나 게임 경기, 중매에도, 사업상 용어로도 두루 쓰이는 말이다. 이 말이 우리 언론에 처음 등장한 것은 온라인 미팅 상품을 소개한 2000년 <머니투데이> 기사에서다. “000는 개인정보와 이상형 정보를 기반으로 한 매칭률, 폴 매칭, 일대일 채팅, 실시간 쪽지 프로그램 등 자사 서비스 중 일부를 제공하기로...(중략) 또한 최근 자사의 매치메이킹 기반 채팅 솔루션 ASP 제휴를 맺었다.”라는 이 기사는 매치 메이킹에 대한 우리말 설명을 따로 붙이지 않았다. 영어권에서 이 말이 가장 자주 쓰이는 분야는 역시 연애나 결혼 중개다. 콜린스 영어사전이나 위키피디아에도 1순위 의미로 남녀 간의 연결이라는 뜻이 올라가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다음 기사 용례와 같이 기타 산업 분야에서 더 많이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중략) 산업 정책과 기술력이 뛰어난 해외 기업을 한국에 소개하는 국가별 세미나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기업 간 매치 메이킹 행사를 통해 우리 기업의 기술 협력 파트너 발굴을 지원할 계획이다.”(<정보통신신문>, 2023년 10월) 한편 운동이나 게임 경기에서도 이 말은 자주 눈에 띈다. “할로웨이와의 대진은 정찬성에게는 ‘꿈의 매치’지만...(중략) UFC의 ‘형편없는 매치 메이킹’이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팬 반응을 전했다”(<일간스포츠>, 2023년 6월)라는 기사가 그 예다. 그렇다면 이렇게 다양한 맥락에서 쓰이는 용어를 우리말로 다듬는다면 어떤 표현이 맞춤일까. 우선 언론에서 기존에 사용한 우리말 표현을 보면 매치 메이킹을 ‘명사+명사형’으로 완전 대체한 사례는 찾기 쉽지 않다. 산업 분야에서는 ‘비즈니스 짝짓기’(<매일경제> 2005년, <연합뉴스> 2006년)라 표현하고, 게임과 운동경기에서는 ‘상대결정’(<조이뉴스> 2009년)과 ‘대전상대 찾기’(<인벤> 2010년)로 표기한 정도다. 대신 ‘실력에 맞는 상대와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업체와 업체를 연결해주는’, ‘운명의 데이트 상대를 연결해준다는’, ‘자신에게 맞는 상대를 찾아주는’이라는 수식을 통해 용어를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매치’와 ‘메이킹’을 따로 떼어놓으면 그 쓰임새는 더욱 다양해진다. 그래서 다듬은 말도 각양각색이다. ‘컬러 매치(color match)→ 색 배합’, ‘타이틀 매치(title match)→ 선수권전’, ‘매치 포인트(match point)→ 끝내기 점수’, ‘페이스메이킹(pacemaking)→ 속도 조절’, ‘이미지 메이킹(image making)→ 이미지 만들기’ 등 예시만 봐도 새말이 통일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매치 메이킹’을 우리말로 다듬는 새말 모임의 고민도 이런 ‘다양성’ 때문에 빚어졌다. 중매나 산업 분야를 놓고 보면 ‘상대 연결’, ‘짝 맺기’가 적절하겠으나 경기나 시합에는 쓰기 어렵지 않을까. ‘상대 찾기’는 산업 분야에서 스스로 사업 동반자를 물색하는 경우에 쓸 수 있겠으나 타인이 상대를 연결해주는 중매나 경기에서는 어쩐지 사용하기 마땅치 않다 등, 한 분야에선 적절한 우리말 표현이 다른 분야에서는 다소 부적합한 경우가 속출했다. 여러 논의 끝에 중매나 기타 산업 분야, 시합 등 여러 분야에서 두루 쓰일 수 있을 법한 ‘상대 결정’, ‘상대 정하기’와 함께 ‘상대 연결’, ‘짝 맺기’도 후보로 올렸고, 그중 ‘상대 결정’이 가장 많은 지지를 얻어 최종 우리말로 선정되었다. 한편 ‘매치 메이킹’의 이용 사례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2022년 한 게임 전문지가 보도한 기사를 발견했다. 그해 프랑스 문화부가 대부분 영어로 이루어진 이(e)스포츠 용어를 자국 언어로 바꾸라고 업계에 명령해 화제가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이때 ‘매치 메이킹’은 ‘선수들 간 짝짓기(appariement de joueurs)’라는 프랑스어로 대치되었다. 이 용어는 모든 기관과 매체 등에서 강제적으로 써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는 의무적으로 받아들여 모든 공무원이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과연 프랑스의 조치는 유효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그 결과는 미지수이지만, 정부의 굳은 의지와 결단력 있는 조치만큼은 부럽지 않을 수 없다. ※ 새말 모임은 어려운 외래 '다듬을 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새말'로 다듬어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어, 언론, 문학, 정보통신, 환경 등 여러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모임을 꾸리고 있다. 김정희 한글문화연대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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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우리 새말] 킬러 아이템? 핵심 상품! 김정희 (한글문화연대 기획위원) 국립국어원이 ‘킬러 아이템(killer item)’이라는 외국어를 ‘핵심 상품’이라는 우리말로 다듬어 발표할 즈음인 2023년 10월은, 마침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다가와 ‘킬러 문항’이라는 말이 한창 오가던 때였다. ‘킬러 아이템’과 ‘킬러 문항’. 둘 다 ‘킬러’라는 표현을 썼고, ‘결정적인 힘’을 가졌다는 뜻에서는 비슷하지만, 맥락은 다소 차이가 있다. 우선 ‘킬러(killer)’의 뜻을 보자. 물론 사전상 첫 번째 의미는 ‘뭔가를 죽이는 사람, 살인자’라는 부정적 의미다. 하지만 바로 뒤이어 ‘매우 힘들거나 뛰어나서 죽여주는 것’이라는 풀이가 뒤따른다(옥스포드 영한사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킬러’라는 한글을 검색하면 배구의 주 공격수나 야구에서 특정 상대에게 승률이 높은 투수를 가리키는 말로 나온다. 오늘 살펴볼 ‘킬러 아이템’은 “우선 순위가 높고 핵심적인 상품”을 뜻한다. 즉, 소비자의 구매욕을 ‘치명적’이라 할 만큼 강하게 자극하는 업체의 전략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완제품’에 사용하고 있으나 ‘제작의 경우라면 핵심 부품을, 광고의 경우라면 중점 소재를 의미’한다(나무위키). ‘킬러 아이템’이 우리 언론에서 쓰이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한 외국 통신업계 임원이 “한국의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이나 단말기 업체들이 각자 ‘킬러 아이템’을 갖고 세계시장에 도전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조언한 기사(<아이뉴스24> 2002년 3월)가 효시다. 이후 통신, 전자 등 첨단 산업에서 주로 쓰이던 ‘킬러 아이템’은 의류, 식품 등 넓은 분야로 퍼져나갔다. 2018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 등 세 개 정부 부처가 배포한 ‘코리아세일페스타’ 관련 보도자료에서 “행사 기간 동안 소비자가 만족할 수준의 파격 할인품인 ‘핵심품목(킬러아이템)’을 제시할 ‘선도기업’을 공모를 통해 선정할 계획임”을 밝혔다. 정부가 주도하는 행사 홍보자료에서 ‘핵심품목’이라고만 써도 충분할 것을 굳이 괄호 안에 영어 표현을 덧붙인 것은 아쉬운 사실이다. ‘킬러’를 사용한 관용어가 적잖은 만큼, 이미 국립국어원에서 다듬은 새말도 있다.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를 ‘핵심 콘텐츠’, ‘돌풍 콘텐츠’로, ‘킬러 앱(killer application, 오랜 기간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경쟁자를 압도한 소프트웨어)’을 ‘돌풍 앱’으로 바꾼 게 그 예다. 이번 새말 모임에서도 ‘킬러’에 대응하는 우리말로 역시 ‘핵심’이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꼽혔고, 이와 함께 ‘대표’, ‘으뜸’도 적절한 표현으로 떠올랐다. ‘아이템’에 대해서는 ‘상품’과 ‘품목’이라는 단어가 저울질되었다. 그리고 그중 ‘용역’과 ‘재화’를 모두 아우르면서도 ‘핵심’이라는 단어에 더 잘 어울릴 만한 표현으로 ‘상품’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논의 끝에 ‘핵심 상품’을 1순위 후보로, 그 외 ‘핵심 품목’, ‘대표 품목’, ‘으뜸 상품’ 등을 후보말로 올렸고 여론조사 결과 ‘핵심 상품’이 최종 새말로 선정되었다. 끝으로, 앞머리에 언급한 ‘킬러 문항’이라는 말로 되돌아가보자. ‘킬러 문항’은 출제기관이 의도적으로 시험에 포함한 초고난도 문제를 가리킨다. 상위권 수험생들의 변별력을 따진다는 순기능을 표방하며 도입되었지만, 사교육을 조장하는 부정적 결과를 낳았다. 그래서 교육부는 올해 수능에서 이를 출제하지 못하도록 했다. ‘킬러 문항’을 만난 수험생은 학교 수업에서 접하지 못한 어려운 문제에 당황하고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그야말로 ‘킬러 문항’은 수험생의 ‘목숨을 위협하는 킬러(살인자)’다. 따라서 이때의 ‘킬러’는 ‘핵심’ 혹은 ‘대표’라는 긍정적 의미로 갈음해서는 안될 터이니 ‘킬러 문항’을 우리말로 다듬는다면 ‘함정 문항’, ‘죽음의 문항’ 쯤이 어떨까 싶다. ※ 새말 모임은 어려운 외래 '다듬을 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새말'로 다듬어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어, 언론, 문학, 정보통신, 환경 등 여러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모임을 꾸리고 있다. 김정희 한글문화연대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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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우리 새말] ‘뷰잉 파티'는 '단체 시청 행사'로 김정희 (한글문화연대 기획위원) 특정 분야 애호가 집단에서 통용하는 말 중에 일반인들에겐 다소 낯선 용어들이 있다. 이번에 살펴볼 말 ‘뷰잉 파티(viewing party)’도 그런 표현에 속한다. ‘뷰잉 파티’의 뜻을 찾아보면 “한 공간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 경기 중계 방송을 시청하고 응원하는 행사”라고 한다. 이런 의미라면 이미 우리가 익숙하게 써온 말이 있지 않은가. 축구나 야구 한일전이 열릴 때 친구나 동료끼리 대형 화면이 있는 맥주집에 모여 술 한 잔 하면서 즐기는 ‘단체 응원’ 혹은 ‘단체 시청’ 말이다. 이렇게 널리, 많이 쓰이는 말이 있는데도 굳이 ‘뷰잉 파티’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언론에서 어렵잖게 ‘뷰잉 파티’라는 말이 검색된다. 분야는 다소 좁게 한정되어 있다. 주로 이(e)스포츠에 많이 쓰이고, 해외에서 열리는 종합격투기, 프리미어 리그, 테니스 경기 등 일부 운동 경기에도 더러 쓰인다. 도대체 언제, 왜 ‘뷰잉 파티’란 말이 익숙한 우리말을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일까. 영어권에서 ‘뷰잉 파티’(혹은 워치 파티(watch party))는 운동 경기뿐 아니라 텔레비전 쇼, 선거 개표방송 등을 함께 보는 활동도 두루 아우른다. 실제 2010년대 우리 언론에 처음 ‘뷰잉 파티’란 말이 등장한 것도 운동 경기가 아니라 패션쇼나 아카데미 시상식 등의 행사를 다룬 기사에서였다. 언론에서 지금과 같이 ‘운동 경기 단체 시청’을 일컫는 말로 모습을 비춘 것은 2016년 종합격투기 대회 관전 행사를 소개한 기사에서다. 그해 4월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국내 팬들이 박지성과 함께 경기 중계를 시청하며 응원하는 자리가 마련됐다...(중략) 맨유 구단은 (이 행사를) ‘뷰잉 파티’라고 이름 붙였다”라는 기사(<서울신문>)를 시작으로 해외 축구 관전 행사에도 이 말이 쓰였다. 그러다 2017년 이(e)스포츠에서 본격적으로 이 말을 쓰기 시작해 현재는 이 분야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며, 우리가 삼삼오오 모여 경기를 볼 때 사용하는 ‘단체 응원’과 달리 경기를 주관하는 측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주로 쓰이는 듯하다. 특이한 점은 이 용어가 언론에 등장할 무렵 패션쇼건 운동 경기건 어느 분야 기사에도 우리말 설명이 별도로 붙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말을 수용하는 대상이 그 뜻을 ‘당연히’ 알고 있으리라는 전제가 깔려 있듯이. 2016년 <스포티비뉴스> 기사에서 비로소 ‘단체 관람 파티(뷰잉 파티)’ 정도의 설명이 붙었고, 2018년 평창올림픽 때 성소수자 참가자들을 위해 설치된 ‘프라이드 하우스’를 설명하는 기사에서 “커밍아웃한 선수들의 경기를 함께 관람하고 응원하는 뷰잉 파티(viewing party)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소개한 기사(<뉴스1>)가 나왔다. 이후 이 말은 해외 테니스 경기, 국내 프로 야구 경기 등 운동 경기에서도 쓰이며 사용 빈도가 늘어났고, 그에 따라 ‘뷰잉 파티’에 우리말 설명이 붙은 언론 기사가 오히려 초기보다 늘었다. 언론에서 ‘뷰잉 파티’에 곁들인 우리말 표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스포츠 중계 단체관람 행사’(2023년 <비즈니스포스트>), ‘단체 관람 파티’(2022년 <스포츠조선>), ‘경기 단체 관람’(2017년 <한국정경신문>), ‘단체 관전 행사’(2019년 <프레스맨>), ‘단체 시청’(2022년 <엑스포츠뉴스> 등이 있었다. 운동 경기는 아니지만, 2012년 <연합뉴스>에서 미국 대선 개표 결과를 함께 시청하는 행사를 ‘뷰잉 파티’라고 소개하면서 ‘단체 관전’이라는 표현을 쓴 적도 있다. 새말 모임의 우리말 다듬기 회의에서도 이와 유사한 표현이 많이 등장했다. ‘뷰잉’ 대신 쓸 말로 ‘관전’과 ‘관람’이, ‘파티’를 대체할 말로 ‘행사’나 ‘모임’이 떠올랐다. 영어권에서처럼 텔레비전(TV)쇼나 패션쇼 등의 분야에서까지 광범위하게 쓰인다면 ‘관람’이란 표현이 맞겠으나, 우리처럼 운동 경기에 주로 사용되는 상황에서는 ‘관전’이라 옮기는 것이 더 정확하지 않은가 하는 의견도 나왔다. 또한 경기장에서 직접 보는 게 아니라 경기장 바깥 공간에서 화면을 통해 시합을 지켜보는 행사이기 때문에 ‘시청’이라는 표현을 넣자는 의견이 있었다. ‘파티’란 단어는 이미 우리 언어 사회에 깊이 뿌리를 박은 외래어이니 그대로 살려도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없지 않았다. 이런 논의를 거쳐 나온 우리말 후보가 ‘관전 모임’, ‘단체 시청 행사’였다. ‘시끌벅적’이라는 표현에서 ‘벅적’이라는 뒷말을 따다 붙인 ‘관전 벅적’이라는 표현도 후보 말로 함께 올려보았지만, 여론조사에서 언중이 고른 우리말은 역시 기존에 익숙하게 써온 표현인 ‘단체 시청 행사’였다. ※ 새말 모임은 어려운 외래 '다듬을 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새말'로 다듬어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어, 언론, 문학, 정보통신, 환경 등 여러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모임을 꾸리고 있다. 김정희 한글문화연대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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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23.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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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C를 ‘연공위’로 바꿔 쓰자 우리말약칭제안모임 요즘 언론의 경제 기사를 독해하려면 상당한 경제 지식과 시사 상식이 필요하다. 워낙 어려운 전문용어가 많기 때문이다. 그뿐이랴, 방송의 경우 ‘청취력’도 필요하다. 낯선 영어 약어가 들리면 받아쓰기라도 하지 않는 한 인터넷 검색으로 뜻을 찾아볼 수도 없다. “미국의 향후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에프오엠시 정례회의가 시작됐습니다....(중략) 시장은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 뒤 어떤 신호를 줄지(중략) 여부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최근 <연합뉴스 TV> 보도다. ‘에프오엠시’라니. 뭔가의 약자일 듯한데 우리말 이름도, 별도의 설명도 없다. 경제와 시사 상식에 밝지 않으면 ‘에’라는 발음으로 시작하는 사람 이름쯤으로 착각할 수도 있겠다. 이렇게 일부 언론에서 “알아서 이해하겠지”라 전제하고 인용하는 ‘에프오엠시’는 바로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FOMC)’의 약자다. 우리말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준(연방준비제도)을 구성하는 조직으로, 통화량의 추이에 따라 공개시장 조작 정책을 정하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융정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라는 우리말 표기는 1935년 <동아일보> 기사를 통해 국내에 도입된 이래 큰 변화 없이 우리말 표현으로 정착했다. 드물게 ‘연방공개시장조작위원회’라고 불리기도 하나, ‘조작’이라는 표현의 부정적 어감 때문에 한국은행 권고로 대부분 빼고 표기한다. 이렇듯 버젓한 우리말 이름이 있는데도 굳이 영어 약자에 의존하는 것은 표현의 ‘단축성’ 때문일 터이다. 신문에서 이 용어를 다룰 때는 최초 언급 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라고 병기하고, 반복할 때는 우리말 표현을 버린 채 ‘FOMC’라고만 쓴다. 글자 수에 더욱 제한받는 기사 제목에는 아홉 글자나 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라는 이름을 적어주는 건 불가능하다. 거의 모든 신문 기사 제목에서 ‘미FOMC’라고만 표기한다. 본문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이 ‘암호 같은 약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다. 심지어 방송 보도에서는 밑도 끝도 없이 “미 에프오엠시는....”이라며 시작하는 경우도 잦다. 물론 우리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공개시장 조작을 시행하지만, FOMC는 미국의 연준에만 존재하는 고유 기관이므로, 우리 국민들이 굳이 영어 약자를 알고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우리말 온 말의 글자 수가 너무 길어 축약할 필요가 있다면 우리말로 줄여서 표기하면 된다. 그리고 실제 몇몇 언론사가 이 같은 시도를 했다. <한겨레>와 <비즈니스 포인트>가 맨 뒤 두 글자를 생략해 ‘연방공개시장위’로 표기한 바 있고, <노컷뉴스>에서는 ‘공개시장위원회(공시위)’라는 약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줄임말을 만드는 데 꼭 지켜야 할 원칙은 없겠으나, 대개 세 자 이하로 줄이는 게 쓰기 편하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세 자로 줄인다면 앞뒤 글자를 잘라내고 ‘공개시’ ‘시장위’로 축약하는 방법과 중요한 단어의 두음을 조합하는 방법, 즉 ‘연공시’ ‘공시위’ ‘연공위’ ‘연시위’ 등으로 축약이 가능하다. 언론인과 국어관계자로 꾸려진 우리말약칭제안모임은 이런 판단을 바탕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약칭 다듬기에 나섰다. 먼저 ‘위원회’라는 역할 주체가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위’자를 약칭에 포함시키는 데는 합의가 되었다. 그러나 ‘연방’ ‘공개’ ‘시장’ 중 어느 단어의 머리글자 두 개를 선택할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갈렸다. 먼저, ‘시장’이라는 개념이 중요하다는 맥락에서 ‘연시위’ ‘공시위’를 채택하자는 견해가 나왔다. 하지만, 우려가 제기되었다. ‘○시위’라는 표현은 다른 의미 즉 ‘시위, demonstration’를 연상시키기 쉽다는 것. 또한 ‘시장’이라는 개념을 반영하면 좋지만,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경우 조직의 가장 큰 목표는 ‘차별 철폐’이지만 줄여 부르는 이름에는 이 단어가 반영되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가 전장연이라는 조직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또한 연준 관련 기관을 우리말로 다듬는 데 통일성을 살리기 위해 ‘연방’의 첫글자 ‘연’ 자를 넣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런 논의의 결과 다듬어진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우리말 약칭은 ‘연공위’이다. 처음엔 낯설겠지만 영문 약자 ‘FOMC’보다 의미를 이해하는 데 용이한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보도 앞쪽에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언급하고 그 뒤에 ‘미 연공위’로 줄여 부른다면 그 뒤의 문장이나 다른 보도에서 ‘미 연공위’라고만 불러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떠올릴 가능성은 ‘미 FOMC’보다 월등하게 높고, 의미 접근에도 유리하다.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티앤오코리아에 의뢰하여 성인 1천 명을 상대로 인식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FOMC’를 알고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19.1%였고, ’FOMC’ 대신 ‘연공위’로 줄임말을 바꾸자는 제안에는 전체의 58.5%가 찬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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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자 : 한글문화연대
- 등록일 : 2023.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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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준비제도 대신 ‘연방준비은행’, 어떤가요? 우리말약칭제안모임 “파월 연준 의장 “금리 인상 속도, 다시 올릴 준비 돼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다시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중략) 파월 총재는 7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최근 경제 데이터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온 것은...(후략) 어느 신문 기사의 일부다. 기사 제목에 나오는 ‘연준’은 대부분 독자들이 알고 있는 약칭이다. 흔히 ‘연방준비제도’라고 불리는 미국 중앙은행 ‘Federal Reserve System(Fed)’를 줄인 말이다. 그런데 연방준비‘제도’에 ‘의장’이 있다니? 제목만 보면 언뜻 이해할 수 없다. 기사 본문 첫 줄에서야 여기서 말하는 의장이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의장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대목에서는 이 ‘의장’을 ‘총재’라고 부른다. 혼란스럽다. 이같은 혼란은 미국의 중앙은행제도의 복잡함에서 비롯한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Fed, 일명 ‘연준’은 최종 의사결정 기구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 시중의 통화량을 조절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미국 12개 지역에 산재한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s)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한국은행이 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나 하나의 ‘기관’이라기보다 복수의 기관과 조직이 결합하여 작동하는 ‘체제’다. 그래서 우리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주며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에 등장하면서도 그 개념이나 명칭이 어수선하게 혼용되고 있다. 위 기사 사례에서도 제롬 파월은 연방준비‘제도(system)’가 아니라 그 구성 기관인 ‘이사회(board)’의 ‘의장(Chair)’이라 쓰는 게 적절하다. ‘총재(president)’라는 표현은 더더욱 부적절하다. ‘총재’는 보통 이사회가 아닌 ‘은행 기관’의 수장에 사용하는 명칭으로, 연준에서는 각 지역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장에게 쓰는 게 적절하다. 사실 이같은 혼란은 이 기관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때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졌다. 1920년 5월 처음 <동아일보> 기사에 ‘연방준비은행’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이래 ‘미연준은행’ ‘FRB연방준비국’, ‘연준은’, ‘연방준비은행’, ‘연방준비제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등 다양한 이름으로 번역되었다. 심지어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는 <매일경제> 한 언론사에서만도 ‘미연방준비리’, ‘연준(중앙은행)’, ‘미연방준비이사회’, ‘미연방준비은행이사회’ 등 다섯 개 이상의 이름을 섞어서 사용하기도 했다. 반면, 우리말 줄임말 ‘연준’은 1933년 7월 <동아일보>에 ‘미국연준비은행’, ‘미국연준은행’의 형태로 처음 사용된 뒤, 국내 언론에 완전히 정착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에 이날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선 연준이 5월 기준금리를...(후략)(<한국일보> 2023년 4월 11일)처럼 최초 언급 시 괄호 안에 영문 약자 Fed와 ‘연준’을 모두 표기하고, 반복 언급 시 Fed 대신 ‘연준’을 사용할 만큼 Fed를 대치한 약어로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따라서 숙제는 우리말 온 이름을 가다듬는 일이다. 현재 대부분 언론이 사용하는 이름은 ‘연방준비제도’. 위에 언급한 다양한 표현이 90년대 들어 ‘연방준비제도이사회’로 수렴되었다가 2000년 무렵부터 ‘이사회’를 뺀 것이다. 연방준비제도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인 ‘이사회’와 구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연방준비제도’가 과연 최선의 선택일까? ‘제도’라는 이름은 원어 ‘시스템’을 충실히 번역한 명칭이지만, 한국에서 ‘제도’라 하면 형체가 있는 특정 역할의 주체나 기관보다는 무형의 체계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한국의 중앙은행 기능을 하는 미국의 ‘금융 기관’이라기보다 ‘지불 준비 제도’ 그 자체를 뜻하는 것으로 오해될 소지마저 안고 있다. 그래서 ‘제도’라는 이름으로는 일반 국민들이 미국의 Fed에 해당하는 한국의 기관을 등치해서 떠올리기 어렵다. 이 때문에 언론 보도에서는 “미국의 중앙은행에 해당하는 연방준비제도의....”라는 식으로 설명을 붙이기도 한다. 경제 전문기자마저 연준의 각 기관 수장의 직함 표기를 헷갈릴 정도이니 하물며 일반시민들에게 ‘연방준비제도’라는 추상적 명칭은 그 역할과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장애가 될 수밖에 없다. 경제학자 중에는 이 제도의 핵심은 ‘준비 기금(reserve)‘이므로, ’연방준비기금’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낸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이라는 기금이 여러 가지 경제 행위를 하는 것을 떠올릴 수 있다는 의견이다. 물론 ‘제도’를 쓰는 것보다는 훨씬 가까워지기는 하는데, 그럼에도 중앙은행이라는 성격을 전하기에는 부족하다. 차라리 ‘제도’라는 말 대신 ‘은행’이라는 말을 사용해 ‘연방준비은행’이라 부르면 어떨까? ‘미국 연방준비은행’이라고 말이다. 과거 우리 언론에서도 수차례 이렇게 불렀으니 그리 생뚱맞을 건 없다. 우리의 한국은행이 가진 위상과 기능을 즉각 연상할 수 있는 이름 아닐까? 물론 ‘Fed’의 구성 기관인 12개 지역 ‘Federal Reserve Bank’의 직역과 같으므로 혼동될 염려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언론에서 특정 지역은행을 지칭할 경우에는 모두 앞에 ‘뉴욕연방(준비)은행’이라는 식으로 지역을 명기하며, 중앙은행으로서의 연방준비은행을 가리킬 때는 최초 언급 시 대개 ‘미(미국)’을 붙이기 때문에 혼동 위험이 적다고 본다. “미국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가 ‘금리가 0.5%포인트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라는 SBS뉴스보도(2022년 4월 12일)처럼 ‘준비’를 빼고 ‘지역명+연방은행’ 형태로 표현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러면 더더욱 연준과 구분하기 쉽다. 지역의 연방(준비)은행을 ‘연준’과 차별화하여 ‘연은’으로 줄여 부르는 언론보도도 더러 찾을 수 있다. 한편 ‘연방중앙은행’이라는 명칭도 생각해 볼 수 있고, 실제 <한국경제>에서는 ‘연방준비제도’ 대신 이 이름을 사용하고 있으나, 이미 우리말 약어로 정착된 ‘연준’과 연결할 수 있는 온 말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 명칭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좋겠다. 이에 국제기구 등의 로마자 약칭 대신 쓸 우리말 약칭을 만들고자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어문기자협회, 한글학회, 한글문화연대 등이 꾸리고 국립국어원이 참여하는 ‘우리말약칭제안모임’에서는 약칭이 이미 ‘연준’으로 자리잡은 ‘Federal Reserve System’의 우리말 온 이름을 ‘연방준비은행’으로 제안하였다. ’연준‘의 온 이름을 ’연방준비제도‘에서 ’연방준비은행‘으로 바꾸자는 제안이 어떤지 의견을 물어보았다. 적은 수가 답했지만, 기자 67명 가운데 62.7%가 긍정으로 답했고, 29.8%가 부정으로 답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티앤오코리아에서 성인 1천 명을 상대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연방준비제도‘가 무엇인지 아는 국민은 34.8%였고, ’연방준비은행‘으로 바꾸자는 제안에 대해 적절하다는 응답은 79.6%,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20.4%로 나타났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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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23.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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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우리 새말] ‘프리 플로팅’보다는 ‘자유 주차 방식’으로 김정희 (한글문화연대 기획위원) 새로운 밀레니엄이 막 시작되던 2000년, 미국의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이『접속(접근)의 시대(The Age of Access)』라는 책을 펴냈다. 국내에는 ‘소유의 종말’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이 책에서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미래는 더 이상 물질을 ‘소유’하지 않고 일시적으로 접근(접속)해서 ‘임대’하는 ‘공유 시대’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실로 접속과 공유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특히 대표적인 것이 ‘탈 것’의 공유다. 서울시가 제공하는 무료 자전거 ‘따릉이’를 비롯한 공유 자전거, 전기 킥보드 등이 길가에 세워져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프리 플로팅(free floating)’이라는 낯선 외국어도 자주 눈에 띄고 있다. 프리 플로팅이란 공유 자전거나 킥보드처럼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교통수단을 지정된 전용 구역이 아니라 불특정한 장소에서 빌리고 반납하는 방식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2019년 자동차 공유업체 관계자가 <데일리임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차고지 제한 없이 차를 마음대로 갖다 놓고 빌리는 ‘프리 플로팅(Free-Floating)’이 가능하도록 카셰어링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라며 이 용어를 처음 소개했다. 이후로 관련 업계에서는, 이 용어를 더 자주 사용하며, ‘도킹(혹은 도크) 방식’ 즉 전용 주차 지역이나 거치대에서 탈 것을 반납하는 방식과 반대되는 개념으로서 ‘도크리스(dockless)’라는 외국어도 함께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사실 ‘프리 플로팅’은 주차 방식을 일컫기 위해 만들어진 전문 용어가 아니다. 원래는 ‘걷잡을 수 없다’, ‘자유롭게 떠다닌다’라는 뜻으로 폭넓게 쓰이는 형용사다. 사전에서 용례를 찾아보면 주차가 아니라 오히려 금융 용어로 검색된다. ‘마음대로 요동치는 환율’이라는 뜻이다(옥스포드 영한 사전). 뜻을 검색해 봐도 ‘특별한 목적이나 방향이 없이 떠다닌다’라는 정의가 나와 있고(미리엄 웹스터 사전), 용례로는 개구리밥이나 부레옥잠 같은 부유 식물, 컴퓨터 디스플레이, 떠돌이 행성 등에 사용된 경우가 검색된다. 물론 영어권 누리집에서도 주차와 관련해 이 용어를 쓴 경우를 찾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다른 많은 용례의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처럼 ‘주차 전문 용어’로서 배타적으로 쓰지 않는다. 영어권의 사용 범주와 우리 언어사회의 주요 쓰임새가 일치하지 않은 셈이다. 따라서 프리 플로팅을 우리말로 다듬는 이번 작업에서는 영어 단어의 뜻에 일대일로 대응하기보다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의 쓰임새를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끔 노력했다. 기존 우리말 다듬기 작업에서 ‘프리(free)’를 주로 ‘자유’, ‘무료’로 다듬은 반면, 이번에는 다양한 시도를 해본 이유가 그 때문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새말 모임이 1순위로 올린 후보 말은 ‘유연 반납제’이다. ‘빌렸던 것을 반납한다’라는 의미를 뚜렷하게 드러내고자 ‘주차’ 대신 ‘반납’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를 좀 더 우리말로 풀어쓴 ‘어디서나 반납’도 후보 말로 함께 올렸다. 물론 ‘자유’라는 핵심어를 활용한 후보 말도 정했으니, ‘자유 주차 방식’이 그것이다. 현재 ‘프리 플로팅’이 모든 임대나 탈 것 이용에 국한돼 쓰이는 데다 ‘반납’뿐 아니라 ‘빌리는’ 행위도 함께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차’를 사용했다. 이 외에도 ‘아무 데나 반납’, ‘마구 주차’, ‘비지정 주차’, ‘임의 (구역) 반납’, ‘자유 거치 방식’ 등의 표현이 토론 과정에서 오가기도 했다. 이중 여론조사에서 언중들이 선택한 표현은 ‘자유 주차 방식’이었다. 아무래도 ‘프리(free)’라는 단어의 영향력이 강하기도 할뿐더러, 기존 언론에서도 ‘프리 플로팅’의 우리말 풀이로 ‘자유’라는 표현을 많이 썼기에 익숙한 면도 있었으리라 판단된다. 과거 언론에서 사용한 우리말 병기로는 ‘자유 거치 방식’(<국제신문> 2021년 4월, <매일경제> 2023년 3월), ‘자유로운 반납주차/이용’(<비즈한국> 2023년 6월), ‘자유 반납방식’(<한국경제> 2021년 11월) 등이 있었다. ※ 새말 모임은 어려운 외래 '다듬을 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새말'로 다듬어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어, 언론, 문학, 정보통신, 환경 등 여러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모임을 꾸리고 있다. 김정희 한글문화연대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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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우리 새말] 에듀 푸어와 실버 푸어 김정희 (한글문화연대 기획위원) 두 가지 ‘가난’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실버 푸어(silver poor)’와 ‘에듀 푸어(education poor)’다. 먼저 ‘실버 푸어’부터 살펴보자. ‘실버(silver)’는 나이가 들어서 하얗게 센 머리를 빗대어 노년층을 일컫는 데 흔히 쓰이는 말이고 ‘푸어’는 ‘가난, 빈곤’을 뜻한다. 그러니까 ‘실버 푸어’는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 해, 퇴직 후 바로 빈곤층에 진입하는 사람 혹은 그런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나라가 고령화 시대로 진입하고 은퇴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실버 푸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현명한 투자와 자산 형성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기사(<파이낸스투데이> 2020년 12월)가 그 용례다. 다만 영어권 검색 사이트에서는 같은 의미로 쓰인 예를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한국식 조어’인 듯하다. 한편 ‘에듀케이션(education)’과 ‘푸어’를 결합한 말로, 사실 각 단어의 뜻만 보면 ‘교육을 받기 어려울 정도로 빈곤한 계층’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과다한 교육비 지출로 가난해져 살기가 어려운 계층(우리말샘)”을 가리키는 데 쓰이고 있단다. 2011년 12월 <매경이코노미>에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하우스 푸어’, ‘스톡 푸어’, ‘베이비 푸어’ 등 각종 과잉 투자(주택 마련, 주식 투자, 자녀 출산과 양육을 위한 과다 지출)에 영어이름을 붙인 말들과 함께 소개되었다. 최근에도 <머니투데이> 2023년 1월자에 “학부모 상당수가 올해도 사교육 지출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빚을 지면서도 많은 교육비를 지출하는 ‘에듀 푸어’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보도되는 등, 이 용어는 빈곤해서 교육을 못 받는 ‘교육 소외층’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교육이 빈곤의 ‘원인’이 된 사람들을 일컫는 데 주로 쓰이고 있다. 이렇게 둘 다 ‘푸어(빈곤)’를 품고 있으면서도 말이 만들어진 맥락에 차이가 있는 만큼 우리말로 다듬는 과정도 서로 달랐다. 우선 ‘실버 푸어’를 우리말로 다듬는 과정은 비교적 간단했다. ‘푸어’가 들어간 외국어는 지금까지 대부분 우리말 순화 과정에서 ‘빈곤층’으로 옮겨왔기에 이를 그대로 사용했다. 하지만 ‘실버’의 경우 기존에는 공경의 뜻을 담아 ‘경로’, ‘어르신’ 등으로 다듬은 바 있는데(실버 시터→ 어르신 도우미/경로 도우미, 실버 비즈니스→ 경로 산업), 경제적 조건에 따라 계층을 가른 이번 용어에는 중립적인 단어로 ‘노년, 노후, 노인’ 등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후보로 올린 ‘노년 빈곤층’, ‘노후 빈곤층’, ‘노인 빈곤층’ 중 ‘노년 빈곤층’과 ‘노후 빈곤층’이 여론조사에서 둘 다 비슷한 지지를 얻어 우리말로 복수 선정되었다. ‘에듀 푸어’를 다듬는 것은 좀 더 까다로웠다. 기존 사례를 기준으로 다듬은 말은 ‘교육 빈곤층’이었다. 교육비 과다 지출은 주로 사교육 영역에서 이뤄지므로 ‘사교육 빈곤층’도 함께 후보로 올렸다. 하지만 “가난해서 교육의 혜택을 못 받는 빈곤 계층”을 뜻하는 말로 오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지나친 지출 규모가 빚어낸 ‘상대적 빈곤’을 ‘절대 빈곤’과 동일시하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는 판단이었다. 이를 피하기 위해 ‘교육비 빈곤층’ ‘과교육 빈곤’ ‘교육 과잉 빈곤층’ ‘교육 탓 빈곤층’ 등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게 후보말을 고민해 보았으나 그리 알맞게 여겨지지 않았다. 그래서 덧붙인 후보말이 아예 ‘빈곤’이라는 말의 틀을 벗어버린 ‘교육 과소비층’이었다. 원말의 ‘푸어’라는 표현과는 거리감이 들 수도 있으나 의미상으로 가장 적절하다는 의견이었고, 과연 여론조사에서도 이 말이 가장 큰 지지를 얻어 결국 최종 새말로 결정되었다. 이렇게 ‘실버 푸어’와 ‘에듀 푸어’는 같은 ‘푸어’를 포함한 말인데도 ‘노년(노후) 빈곤층’과 ‘교육 과소비층’이라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새 단장을 했다. 하지만, 이 둘은 실상 현실 세계에서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용어들이다. 노년(노후) 빈곤층이 한창 경제활동을 하는 시기에 은퇴 후 생활 자금을 미처 모으지 못한 원인 중에는 자녀의 교육비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투자한 ‘교육 과소비’가 한몫하기 때문이다. 이를 지적한 전문가들도 적지 않으니, 다음의 기사가 이를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자녀 교육비 지출로 빈곤하게 사는 ‘에듀 푸어’가 ‘실버 푸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중략) 노후를 대비해야 할 40·50대가 가장 많은 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한국경제> 2023년 6월자) ※ 새말 모임은 어려운 외래 '다듬을 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새말'로 다듬어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어, 언론, 문학, 정보통신, 환경 등 여러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모임을 꾸리고 있다. 김정희 한글문화연대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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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2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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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우리 새말] 생소한 ‘긱 이코노미’, 이해하기 쉬운 ‘일시 고용 경제’로 김정희 (한글문화연대 기획위원) 신조어는 ‘새로 생겨난 말’을 가리키지만, 구성 방법을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원래 많이 쓰던 단어를 둘 이상 결합해서 새로운 의미를 보태 쓰는 방법이 그 하나라면, 다른 하나는 쓰기 시작한 지 비교적 오래되지 않은 단어를 새로 ‘발굴’해 요즘의 세태에 맞춰 활용하는 것이다. 지난 몇 차례에 걸쳐 살펴본 ‘아트 테크’, ‘퍼스널 컬러’, ‘블루 푸드’가 전자(단어 각각의 뜻을 보고 전체 용어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에 해당하고, 오늘 살펴볼 ‘긱 이코노미(gig economy)’는 후자에 속한다. ‘긱 이코노미’는 “산업 현장에서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ㆍ임시직ㆍ일용직 따위를 필요에 따라 고용하는 경제 형태”(우리말샘)를 뜻한다. 그런데 ‘긱’이라는 단어가 사뭇 낯설다. 일상에서 쉽게 접해온 단어가 아니다. 무슨 뜻일까. ‘긱(gig)’은 1920년대 미국 재즈 공연장에서 ‘단기적으로 섭외한 연주자’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왜 ‘긱’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어원이 무엇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귀가 밝은 사람이라면 2020년에 개봉한 디즈니 만화영화 <소울>에서 주인공이 클럽 공연자로 뽑히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나 연주 따냈어!(I got the gig!)”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것이다. 이후 이 말은 산업 전반에서 쓰이게 되어 ‘임시로 하는 일(직장)’을 두루 가리키게 되었으나 지금도 영어사전에는 이 말의 첫째 뜻풀이로 ‘음악 등의 공연(출연)’이 올라가 있다. 영어권에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용어가 우리 사회에 처음 소개된 것은 2015년, <주간경향> 기사를 통해서였다. 기사 내용은 이렇다. “공유경제라고도 불렸던 우버 등의 ‘긱(gig) 이코노미’, 한국형도 최근 뜨겁다. 긱(gig)이란 원래 음악가의 하룻밤 일을 나타내는 속어로, 잡(job)보다 경박하고 찰나적인 모든 일을 일컫는 데도 쓰인다. 신조어 특히 외래어는 공유경제처럼 현상을 미화시키고, 원래의 함축을 가리곤 한다. 결국은 ‘일용직 경제’다. 스마트폰을 손에 든 날일꾼과 삯꾼이다.” 긴 기사 내용을 옮긴 이유는 8년 전 이 용어를 받아들일 때만 해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동 통신 수단이 발달함에 따라 사회가 선호하는 고용 형태가 변화하고, ‘직장’에 대한 젊은이들의 시각도 함께 변하면서 이 용어는 이제 중립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하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자. “긱 이코노미는 전통적인 고용 구조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중략) 일시적이거나 프로젝트 기반의 일자리를 중심으로 하며 전 세계의 전문가들을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연결시킨다.”(<아웃소싱타임스> 2023년 8월) “지루한 일을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되고, 본인이 원하는 일을 자발적으로, 자유롭게 일하려는 엠제트 세대의 특성은 긱 이코노미와도 잘 맞다.”(<서울경제> 2023년 5월) 하지만 불필요한 외국어는 사용하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여러 번 글에서 썼듯 영어 낱말을 한글로 표기하면 장모음, 단모음 구분이 안 되고, g 혹은 k로 끝나는 단어의 표기가 모두 받침 ‘ㄱ’으로 표현되어 발음이 비슷한 다른 단어와 구별이 안 된다. ‘긱’도 그렇다. ‘gig’과 ‘괴짜,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가리키는 단어 ‘geek’을 우리말로 표기하면 전부 똑같이 ‘긱’이 된다. 표기만 보고는 어느 단어를 지칭하는 것인지 구별할 수 없다. 우리말로 사용하는 것이 답이다. 그렇다면 ‘긱 이코노미’는 어떻게 우리말로 순화하는 게 좋을까. 2021년 새말모임에서 이미 ‘긱 이코노미’와 의미가 가까운 ‘긱 워커(gig worker)’를 ‘초단기 노동자’로 바꾸어 소개한 바 있다. 그래서 이와 일관성 있는 표현으로 ‘초단기 고용 경제’를 1순위 후보로 정했다. 또, ‘초단기’와 ‘경제’를 대신하여 다양한 조합도 궁리해 보았다. ‘일시 고용 경제’, ‘초단기 계약 노동자’, ‘비정규 경제’, ‘임시직 경제’, ‘초단기 노동 경제’ 등이 뽑혔다. 순우리말을 사용해 ‘날품 달품 경제’라는 어감 좋은 표현도 만들어 보았다. 이 중 ‘초단기 고용 경제’, ‘일시 고용 경제’, ‘날품 달품 경제’를 골라 선호도 여론조사에 붙인 결과, ‘일시 고용 경제’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아 새로운 우리말로 결정되었다. ※ 새말 모임은 어려운 외래 '다듬을 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새말'로 다듬어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어, 언론, 문학, 정보통신, 환경 등 여러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모임을 꾸리고 있다. 김정희 한글문화연대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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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우리 새말] ‘퍼스널 컬러’ 진단 말고 ‘맞춤 색상’ 진단 어떤가요? 김정희 (한글문화연대 기획위원) 최근 스포츠 연예 전문지에 한 아이돌 그룹 가수들이 개인 방송에서 했던 말이 실렸다. “팬들이 자신들의 ‘톤’을 갖고 토론을 하는데, 이제는 자신들의 퍼스널 컬러를 정리할 때가 되었다”라는 것이다. 가수의 팬들에게 ‘토론 거리’가 될 정도로 요즘 젊은 세대가 관심을 두는 게 이른바 ‘퍼스널 컬러(personal color)’다. “개인이 가진 신체의 색과 어울리는 색”을 일컫는 용어로, <우리말샘> 사전을 보면 “사용자에게 생기가 돌고 활기차 보이도록 연출하는 이미지 관리 따위에 효과적”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사실 ‘퍼스널 컬러’는 피부색과 머리카락 색깔이 다양한 다인종 국가에서나 관심을 가질 법한 분야이지만, 일찍이 일본 패션계에서 이를 산업화했고 이후 우리나라에 도입되었다. ‘퍼스널 컬러’라는 용어가 우리 언론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05년 12월로, <세계일보>사에서 발간하는 대학생 대상 매체 <전교학신문>에서였다. “자신에게 적합한 색깔을 발견하는 가장 기본적 항목은 피부 색깔....(중략) 집에서 간단하게 자가 진단하는 방법은 푸른 계통의 손수건과 노란색 계통의 손수건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고(중략) 바탕색보다 손이 환해 보이는 것이 내 퍼스널 컬러다”라는 내용이다. 이 분야에 관한 관심은 특히 최근 들어 매우 높아졌다. “이색 취미 클래스 가운데 증가율 1위를 차지한 학원은 ‘퍼스널 컬러’ 클래스였다.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색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영향으로, 퍼스널 컬러 클래스는 전년 대비 144% 급증했다”라는 기사(<매일경제> 2023년 7월)까지도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행하다 보니 ‘퍼스널 컬러’라는 외국어가 슬그머니 우리 언어문화 속에 정착해 버리는 추세다. 언론에서도 누구나 뜻을 알 수 있으려니 짐작해서인지 별도의 풀이말을 덧붙이지 않고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언론에서 명사형으로 대체어를 제시한 사례가 없지는 않다. ‘개인별 고유색상(<중부매일 2019년 3월>)’, ‘개인의 고유색(<전민일보> 2020년 11월)’, ‘피부 톤과 어울리는 색상(<동아일보> 2022년 10월)’, ‘개인의 신체 색(<중도일보> 2023년 8월)’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일회적으로 쓰였을 뿐, 지속해서 쓰이는 우리말 표현은 없는 형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 대부분이 영어다. 그 예로 ‘스킨 톤’, ‘쿨 톤’, ‘웜 톤’이 있다. ‘피부 색조’, ‘시원한 색감’, ‘따뜻한 색감’이라고 불러도 될 터인데, 외국어를 쓰는 게 ‘업계 관습’처럼 굳어져 우리말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심지어 젊은이들 사이에는 ‘톤 그로’라는 해괴한 신조어까지 나돈다. ‘톤(색조)’과 ‘어그로(aggro, 도발적 공격)’를 합성한 말로 “자신에게 맞지 않는 색조로 어색한 화장(옷차림)”을 뜻한다. 이 분야의 심각한 외국어 남발과 언어파괴를 한꺼번에 바로잡을 수는 없겠으나, ‘퍼스널 컬러’라는 말을 순화하는 데서 출발해 보자. 우선 국립국어원에서 ‘퍼스널’을 우리말로 다듬은 사례를 살펴보면 ‘퍼스널 트레이닝 → 일대일 맞춤 운동’, ‘퍼스널 컴퓨터 → 개인용 컴퓨터’, ‘퍼스널 파울→ 접촉 반칙’ 등이 있다. 새말 모임에서도 원말의 뜻에 충실하여 ‘퍼스널’을 ‘개인’으로 옮길 필요를 검토해 보았으나, 문맥상 충분히 뜻을 이해할 수 있으므로 ‘개인’은 굳이 붙이지 않아도 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최종 후보로 걸러낸 우리말 후보는 ‘어울림 색’, ‘돋보임 색’, ‘고유 색상’, ‘맞춤 색상’이다. 어감으로는 ‘ㅇ’과 ‘ㄹ’이 많이 들어간 ‘어울림 색’이 좋고, 뜻을 살리기에는 ‘돋보임 색’이 가장 적합할 듯했으나, 언중이 가장 선호한 것은 네 번째 순위로 추천한 ‘맞춤 색상’이었다. 짐작해 보건대 ‘맞춤 서비스’, ‘맞춤 양복’, ‘맞춤형 상품’ 등 우리말에 ‘맞춤(형)+명사’ 표현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언중이 가장 친숙하게 받아들인 게 아닌가 싶다. ※ 새말 모임은 어려운 외래 '다듬을 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새말'로 다듬어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어, 언론, 문학, 정보통신, 환경 등 여러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모임을 꾸리고 있다. 김정희 한글문화연대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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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자 : 김정희
- 등록일 : 202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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