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언어란?

공공언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 재산과 복지, 권리와 의무, 기회와 분배 등을 좌우하는 공적 정보를 다루는 언어이므로 일반 국민이 알아듣기 쉬워야 한다. 공공언어가 어려우면 정책 집행의 효율도 떨어진다. 특히, 외국어 단어를 남용하면 외국어 능력이 떨어지는 국민에게 정보의 벽을 쌓는 꼴이 된다. 공공언어는 알기 쉬워야 하고, 중학교 의무교육을 마친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외국어 용어 때문에 공적 소통에서 좌절을 경험한 국민이라면 공론장에 참여하는 일을 꺼릴 것이며, 이는 민주주의의 약화로 이어진다. 즉,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건강한 공론장 문화를 꽃피우기 위해서는 알기 쉬운 공공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우리가 어려운 공공언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세 가지이다. 공공언어의 생산자가 소수로 제한되어 있고, 공공언어의 영향력은 매우 크지만, 시민들이 그것을 함부로 고치거나 간섭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록 해당 용어의 첫 사용자가 담당 공무원은 아니었을지라도 정책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널리 알려지기 때문에, 용어를 선택하는 공무원과 이를 보도하는 언론인은 공공언어의 생산자로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사실, 우선 공공언어에서 사용하는 외국어는 공개적인 토의와 검증을 거쳐 사용하는 말이 아니다. 기업이나 학계에서, 또는 언론에서 외국 사례를 언급할 때 사용한 용어를 그 분야의 공무원이 정책 용어로 쓰면서 순식간에 공식 용어의 지위를 얻는 경우가 많다. 한 번 쓰여서 언론에 나가기 시작하면 다른 공무원과 기자도 곧 그 말을 사용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이동수단’ 대신 ‘모빌리티’라는 말을 사용한 업계의 사례를 보고 어느 공무원이 ‘모빌리티’라는 말을 쓰기 시작하면 이 말은 곧 ‘자동차, 교통수단, 운송, 탈것, 이동수단, 교통체계’ 등을 모두 대신하여 공공언어에서 사용되고, 곧 상업 광고에도 등장한다. 그러다 보면 ‘클러스터, 플랫폼’과 같은 말처럼 법률에까지 사용되어 어느새 법률용어라는 지위를 얻게 되고, 공무원들은 이 외국어 낱말들을 적절한 우리말로 바꾸어 부르면 안 될 것 같은 압박을 느낀다. 그래서 국민 전체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미침에도 함부로 바꿀 수 없는 말이 되어 버린다.

그러므로 공공언어에 들어오는 어려운 외국어 용어, 신조어, 전문용어는 재빨리 쉬운 우리말로 바꾸어 어떤 국민이든 알아들을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서 정비해야 한다. 공무원 개인에게 용어 번역의 책임을 맡길 수 없으므로, 정부가 공공언어의 정비에 소홀해선 안 된다. 이에 국립국어원에서는 외국어 신조어를 쉬운 우리말 새말로 만들어 퍼뜨리는 일을 맡고 있고, 국어기본법에서는 중앙 정부 부처마다 전문용어 표준화 협의회를 두어 국민 대중에게 자주 노출되는 전문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표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