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말

공공언어에서 주로 쓰는 어려운 외국어를 쉬운 우리말로 다듬어서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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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남용되는 외국어 용어


현황

외국어 사용 현황

중앙정부기관, 광역자치단체의 보도자료와 온라인 언론 기사의 외국어 사용 현황입니다.

외국어 쓴 보도자료(중앙정부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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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쓴 보도자료(광역자치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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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생각 더하기

아무나 쓰고 아무도 모르는 거버넌스, 너 뭐니?

최보기. 관악구청 청년정책과 구로구청 구정연구관, ‘최보기의 책보기’ 연재 서평가, 저서 『거금도 연가』 『놓치기 아까운 젊은 날의 책들』 『박사성이 죽었다』 『독한시간』 어쩌다 지방자치단체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돼 ‘늘공’(늘 공무원)들과 일한 지 몇 년째다. 그사이 확실히 알게 된 하나가 ‘공무원은 문서로 일한다.’는 사실이다. 모든 과업은 문서와 증빙으로 시작해 문서와 증빙으로 끝나는데, 첫 문서와 마지막 문서 사이에 ‘문제 될 것’만 없으면 과업은 성공으로 종결된다. 공무원들이 작성한 보고서, 방침서, 계획서 등 각종 문서를 읽다 보면 ‘다양한, 시너지, 효율화, 극대화, 제고, 향상, 체계적’이 없다면 이들은 어떻게 일을 할 수 있을까 싶게 저 단어들을 애용한다. 주로 주민에게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를 하다 보니 저 단어들이 문장 안에서 ‘다양한 시너지를 발휘해 문장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단어뿐만이 아니다. 문서 틀도 대부분 같고, 문장들 역시 과업에 따른 주어, 목적어 등 핵심 단어만 다를 뿐 비슷하다. 그럼에도 문장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전혀 없다. 지난 수십 년간 국장도 팀장도 주무관도 그렇게 써왔지만 아무 문제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국어 사용도 마찬가지다. 그 뜻이 애매하거나 매우 어렵더라도 다른 공무원들이 다 쓰는 상황이면 굳이 쉬운 우리말로 풀어쓰는 것이 오히려 위험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것으로 누가 시비를 걸면 ‘다른 공무원들도 다 그렇게 씀’을 증빙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퍼실리테이터, 아트테리어, 크리에이터, 벤처인큐베이터, 큐레이션, 젠트리피케이션, 버스킹, 잡코칭, 메이커스페이스, 디지털 인플루언서, 엑셀러레이터’ 같은 외국어가 공문서에 자주 쓰이고 ‘메타버스, 콜드체인, 부스터샷’ 등이 새로 등장했다. 이들에 비하면 ‘리모델링, 마스터플랜, 페스티벌, SNS, MOU, 네트워크, 컨설팅, 스타트업, 거버넌스’ 등은 쉬운 축에 들어간다. 그림 1. 공무원은 언제나 문서로 일한다. 거버넌스! 자치단체장 선출 시대라 그런지 공문서에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외국어 중 하나다. ‘민·관·학 거버넌스의 효율적 구축과 다양한 운영으로 시너지 극대화를 추진하고자 함’에 쓰인다. 행정학을 전공했지만 이쪽 업계에 처음 왔을 때 자주 접하는 거버넌스(Governance)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어 ‘검색’으로 공부했다. 아직 학문적으로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다는 거버넌스를 자습으로 이해한 바는 이렇다. 국가를 운영하는 기구인 정부(Goverment)는 주로 공무원들로 구성된다. 공무원들이 주어진 권한과 책임으로 법규, 제도,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면서 나라가 굴러간다. 이를 통치(統治)라 한다. 왕정이나 전체주의 국가와 달리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주의 국가라면 ‘다스릴 치(治), 두루 다스린다’는 통치도 딱히 마땅한 단어는 아니나 달리 대체어가 없다. 거버넌스는 정부의 통치, 즉 정책 수립과 예산편성, 집행까지 의사결정 과정에 민간인(단체)이 함께 참여하는 행위 또는 기구(조직)를 말한다. 쉽게 말해 민간인 활동가, 전문가와 공무원이 함께 ‘00정책위원회’를 조직해 정부가 하는 일(행정)을 같이하는 것이다. 거버넌스를 통치와 대립하는 ‘협치, 민관 협치(協治), 협치 행정’ 등 우리말로 대체하는 연유다. 당연하나 ‘민관 협치’는 누구든 대충이라도 그 개념을 짐작하는 반면 거버넌스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는 낮고, ‘동네 주민’은 100% 모른다. 그림 2. 민·관·학 거버넌스를 표현한 사진 그럼에도 공무원들은 왜 협치를 비롯해 쉬운 ‘예술 장식가’ 대신 ‘아트테리어’를, ‘회의 도우미’ 대신 ‘퍼실리테이터’를 쓰게 될까? 필자 나름대로 연구가 아닌, 추정하는 이유는 대략 이러하다. 첫째, 외국어는 왠지 섹시하고, 뭔가 모르게 있어 보인다. 과업 완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한 흔적도 보인다. 행여 상관이나 결재권자가 ‘아트테리어가 뭐냐’ 물으면 외웠거나 메모해둔 대로 ‘뉴 트렌드’를 설명하는 보람이 있다. 둘째, 지금껏 써왔기에 익숙하다. 우리말 대체어는 쉽기는 하나 낯설고 어색하다. 왠지 프로페셔널하지 않고 촌스럽다. 셋째, 딱히 알고 있는 우리말 대체어가 없기도 하나 혹시 그런 게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귀찮다. 사업 계획서에 예술 장식가를 아트테리어로 썼다고 문책당한 공무원도 없다. 넷째, 어려워야 질문이 없다. 우리말로 쉽게 쓰면 상관이나 의회 의원들의 질문과 따짐, 추궁이 많아진다. ‘어려운 외국어 이름을 단 아파트에 살면 시골 시부모 방문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엉터리 연구 결과’와 비슷한 이치다. 공무원들이 의회에 보내는 추가경정예산 사업 계획서 산정 예산을 ‘3,209백만 원’ 대신 ‘32억 9백만 원’이라 써놓으면 당장 ‘무슨 돈을 이렇게 많이 쓰냐’는 ‘겐세이’가 들어올 확률이 높아진다. 다섯째, 서비스 수혜 주민이 싫어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전통시장 노후 간판 교체 지원 사업만 하더라도 ‘예술 장식가가 제작한 간판으로 교체’보다 ‘아트테리어가 디자인한 간판으로 리모델링’에 상인들의 반응이 훨씬 호의적이다. 참여하는 전문가도 예술 장식가보다 아트테리어로 불리길 원한다. 공무원은 주민이 좋아하는 일을 더 좋아한다. 여섯째, 앞에서도 밝혔지만 다른 공무원들도 다 아트테리어라고 쓰는데 나 혼자 튈 이유가 없다. 용감하게 우리말 대체어를 썼다가 행여 그 단어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면피’할 구실이 없다. 이 다섯째, 여섯째가 코아 컴피턴스다!

2021.09.15

이야기

만화

말도 안돼!!! 부들 부들 세금을 이렇게 많이 내라는 게 말이 되냐고!!
국세청 납세고지서 겸 영수증(납세자용) 155만원 상호(성명) 최$$ 사업가 최씨는 국세청에 보낸 세금 고지서를 보고 분노했다.
세무서 나 같은 자영업자가 벌면 얼마나 번다고 1500만 원 짜리 세금고지서를 보내다니!
납세자 보호 담당관실 담당자:음... 저희가 조사해 보고 알려드리겠습니다.  부탁합니다. 1500만원 세금 내고 나면 전 거지 신세라고요.
쉬운 우리말, 어렵게 쓰는 비법 전격 공개 특별출연 국세청
오오 국세청에서 드디어 답이 왔네. 어디보자.
쭈욱- 찢! 스윽 절반 정도는 줄었겠지? 이의신청결정서
이의신청결정서 주문: 이건의 이의 신청을 각하 결정합니다. 이유는..부과 제척 기간이 5년으로 본 쟁점 금액은 이미 기간 경과하였기에 고지세액 직권 경정함. 살펴본 바와 같이, 처분청의 직권 시정으로 인하여 불복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주문. 부과제척. 각하. 직권 경정.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으으~ 두통이~~~~ 분명 한글은 틀림 없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내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
쿠 궁. 그래서 세금을 내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
여보세요? 세무서죠? 그래서 세금을 내라는 거요, 말라는 거요? 담당부서로~ 담당자가 통화중~
사업가 최씨는 국세청의 대답을 듣기 위해 6번이나 전화를 걸어야 했다. 제발 답 좀 해줘요. 내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거기 적혀 있잖아요. 안 내도 된다고요.
뚝. 어..디..적혀 있단 말이냐고. 각하 직권 경정. 부과 제척. 주문.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내지 말라는 말을 이렇게 어렵게 썼다고? 도대체 왜! 어째서!! 무엇때문에에에에에~ 사업가 최씨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국세청의 외계어 같은 문장을 쉬운 말 번역기에 넣고 돌려보자. 쉬워져라 쉬워져라
이의신청 결정서. 결정내용:확인해 보니 세금을 내라고 요구할 수 있는 기간인 5년이 지나버린 일입니다. 따라서 이의신청의 대상이 되는 사건이 없어진 셈이므로, 이의신청은 받지 않습니다. 당연히 세금도 내지 않아도 됩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쉽게 썼으면 됐잖아! 이 대답을 들으려고 몇 날 며칠 동안 전화통을 붙들고 살아야 하는 일이냐고요~ 나한테 왜이래 진짜~
그런데 말입니다! 어려운 말로 가득찬 공문서 때문에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며 고생하는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진짜? 나만 당한 게 아니었어?
1970년, 서울의 평화시장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외쳤던 전태일 열사.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그는 근로기준법을 공부하면서 대학생 친구 하나를 간절히 원했다. 왜 일까? 하루밤을 꼬박 샜는데. 겨우 한 장 밖에 읽지 못했어.
글자도, 뜻도 외계어 만큼 어려운 근로기준법 앞에서 전태일은 좌절감을 느꼈었다. 근로기준법 해설서. 노동자의 권리.
수십 년이 지났지만 상황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네. 監護(감호). 懈怠(해태)한. 假使(가사). 법원이나 공공기관에서 쓰는 말은 여전히 사람을 돌게 만들거든.
왼쪽 어려운 말과 오른쪽 쉬운 말을 연결시켜 봐. 다 맞히면 능력자 인정!  懈怠(해태)한. 監護(감호).假使(가사). 보호, 만약, 게을리 한
懈怠(해태)한-게을리 한. 監護(감호)-보호, 假使(가사)-만약. 이렇게 쉬운 말을 두고. 어려운 말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고 있어!
어려운 말! 삶을 낭비하게 만들고 인권을 쪼그라들게 한다. 어려운 말
그래서 직접 조사해 봤다! 공공언어 개선의 정책효과 분석. 국립국어원. 현대 경제 연구원
'귀책사유, 봉입, 불비, 익일'과 같은 어려운 행정용어 때문에 드는 시간비용 170억원. 어디까지 갈 거니?
'맘프러너, 마이크로크레딧, 바우처'와 같은 어려운 정책 이름 때문에 치러야 하는 연간 비용 114억원. 으헉!
어려운 공공언어를 쉬운 말로 바꾸었을 때의 비용 절감 효과가 무려!! 280억 원!을 해마다 아낀다고! 쉬운 말이 돈이네!
쉬운 말로 아껴 써서 필요한 곳에 펑펑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