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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자 : 지승호
- 등록일 : 202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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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죽음이라 이야기할 수 있기를 _ 웰다잉과 존엄한 죽음 유 경(사회복지사, 죽음준비교육 전문 강사, 어르신사랑연구모임 대표) 2004년 서울의 한 노인대학에서의 특강이 시작이었다. “‘죽음준비교육 전문강사’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썼던 저자”¹⁾라는 기사 내용처럼, 내가 죽음준비교육 현장에서 보낸 시간이 어느덧 20년을 바라보고 있다. 처음에는 수강생 대부분이 어르신인 까닭에 조심스럽기도 했고 ‘죽음’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심해, 강의 제목에 ‘죽음’을 넣을 것인지 말 것인지 담당자들과 번번이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언젠가 다가올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받아들이며 떠남의 모든 과정을 품위 있고 존엄하게 대처하고 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우리 삶 속에 엄연히 존재하는 죽음을 죽음이라 정확하게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다만 단어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강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고 싶다는 담당자들의 의견에 마냥 반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렇게 ‘죽음’이라는 단어를 빼고 만든 죽음준비교육과정 제목으로는 ‘하늘소풍 이야기, 아름다운 마무리 준비 교실, 홀로 가는 길’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림1. 죽음준비교육을 듣는 어르신들 그러던 중 ‘웰다잉(well-dying)’이 등장했다. “한국에서는 2006년 미국의 ‘좋은 죽음’(Good Death)을 ‘웰다잉’이라는 용어로 바꾸어 사용하기 시작”²⁾했다고 하지만 아직 규범 표기도 확정되지 않았으며, 그 뜻 또한 “임종문화에 관한 포괄적 용어로 정확한 정의 없이 사용되고 있”³⁾다. 내 개인의 경험으로는 죽음준비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늘어나던 시기가 마침 우리 사회에 웰빙(well-being) 바람이 불던 시기와 겹치면서 웰빙의 짝 단어로 웰다잉이 등장했고, 별다른 이의 없이 널리 퍼지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 웰다잉은 강의 제목뿐만 아니라 시민운동단체 이름에도, 지방자치단체 조례에도 본래 우리말이었던 것처럼 쓰이고 있다. 그렇다면 웰다잉을 알기 쉽게, 특히 죽음준비에 가장 관심이 많은 노년 세대가 단번에 이해하도록 바꿀 수는 없을까. 전문가들도 다양하게 정의하는 웰다잉의 뜻 - 좋은 죽음, 훌륭한 죽음, 준비된 죽음,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하는 죽음, 편안하고 고통 없이 죽는 것, 행복한 죽음 맞이, 존엄하고 품위 있는 죽음, 유언 작성∙장례 준비∙상속과 기부∙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물건 정리∙관계 바로 세우기 등 - 모두를 아우르면서 좋은 죽음의 ‘죽음(Death)’과 웰다잉의 ‘죽어감(Dying)’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죽음 자체는 물론이고 그 마지막 순간에 이르는 과정의 중요함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되니까 말이다. 또한, 이미 웰다잉을 사용하고 있는 명칭이나 제목에 그대로 집어넣어도 불편하지 않고 자연스러우면 좋겠다. 현재 사용하는 말 중에서 “존엄한 죽음”이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다. 2018년 2월 4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에서도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고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 이루고자 하는 목적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⁴⁾이라고 밝히고 있다. 죽음의 시기를 인위적으로 무리하게 앞당기는 일(예: 자살), 현대 의학 기술에 의존해 죽음을 받아들여야 할 시기를 놓치는 일(예: 지나친 연명의료), 삶의 주도권을 상실한 채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일(예: 중증 치매 노인의 요양시설 임종)이 무수히 발생하는 현실에서, 끝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한 채 삶을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존엄한 죽음”이라는 말로 웰다잉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 명칭에 적용해본다면, 〈서울특별시 웰다잉 문화조성에 관한 조례〉는 〈서울특별시 존엄한 죽음 문화조성에 관한 조례〉로 바꾸어도 그 의미나 문장 흐름에 아무 문제가 없다. 또한 고독사(또는 무연사, 無緣死)도 인간의 삶과 죽음의 존엄이 지켜지지 않는 가장 적나라한 현장이기에 사회 전체가 나서서 관심을 갖고 대책을 세우려 노력하는 것이니 존엄한 죽음에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웰빙은 웰다잉으로 완성되고 웰다잉의 끝은 결국 생명 존중과 생명 사랑에 이르게 되는데, 존엄한 죽음이야말로 삶의 완성이며 생명 존중과 생명 사랑을 모두 끌어안을 수 있는 말이다. 우리가 ‘죽음’을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레 ‘죽어감’에 닿게 된다. 우리가 존엄한 죽음을 원하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속에는 그 과정 또한 존엄하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인데, ‘존엄한 죽음’이라는 말을 통해 존엄한 죽음과 존엄하게 죽어감을 충분히 하나로 묶어서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림2. 죽음준비교육 수업 중 작성한 어르신의 자필 유언장 다만 존엄사와 안락사의 의미가 혼동되고 ‘조력존엄사’⁵⁾가 논의되는 현실에서. ‘존엄한 죽음’을 ‘웰다잉’의 대체 언어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소통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정확하게 그 뜻을 풀이하고 그 말이 품고 있는 다양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리는 일에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 존엄한 죽음은 서로가 서로를 상호 인정하고 존엄하게 대우하는 삶의 끝자락에 만나게 되는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품위이다. 그러므로 존엄한 죽음을 이야기하며 나누는 과정과 순간 역시 친절과 배려로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다. 1) 2008. 11. 6. 연합뉴스 2)『지혜로운 삶을 위한 웰다잉』(건양대학교 웰다잉 융합연구회, 2016) 3)『연명의료결정제도 안내』(보건복지부∙국가생명윤리정책원, 2019) 4)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 제1조(목적) 5)말기환자에 해당하는 사람 중 조력존엄사대상자가 본인의 의사로 담당의사의 조력을 통해 스스로 삶을 종결하 는 것 (연명의료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2022. 6. 15 발의. 의안번호 15986. 3쪽) 유 경 사회복지사, 죽음준비교육 전문 강사, 어르신사랑연구모임 대표 『마흔에서 아흔까지』, 『유 경의 죽음준비학교』, 『엄마의 공책(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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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자 : 유 경
- 등록일 : 202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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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우리 새말] 가상 세계에도 패션이 있다 김정희 (한글문화연대 기획위원) 언제부터인가 ‘메타’(meta)라는 단어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메타’란 ‘사이, 초월’ 등을 뜻하는 말로, 형이상학을 가리키는 ‘메타피직스’(metaphysics), 보다 높은 차원의 인지 또는 사고 활동을 뜻하는 ‘메타 인지’ 등 다소 낯설고 추상적인 인문학 용어에 쓰이던 말이었다. 그랬던 것이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3차원 가상 세계에서 이뤄지는 여러 가지 활동을 일컫는 표현에 ‘메타’를 말 앞에 붙이면서 마치 일상용어처럼 쓰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메타 버스’. ‘메타’와 ‘유니버스’(universe)를 합한 말로, ‘확장 가상 세계’(가상 융합 세계)를 뜻한다. 오늘 살펴볼 ‘메타 패션’도 그 한 갈래다. ‘메타 패션’은 확장 가상 세계에 등장하는 아바타의 피부, 옷, 신발, 장신구 등을 아우르는 디지털 패션이다. 의류 업체 혹은 디자이너가 확장 가상 세계에 디지털 기술로 만든 옷이나 신발 등을 올리면 이를 이용자들이 대체 불가 토큰 등을 지불하고 구매해 자신의 아바타에 입혀 누리소통망 공간에 올리는 식으로 유통, 소비된다. 2021년 12월 디지털투데이 기사에서 처음 언급됐으니 비교적 따끈따끈한 신조어인데, 반년 좀 넘는 사이에 벌써 9만 7000번 언급될 만큼 많이 쓰이고 있다고 한다. 일단 ‘메타 패션’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고 나면 우리말로 어떻게 표현할지를 떠올리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편이다. 무엇보다 앞서 말한 대로 ‘메타 버스’가 ‘확장 가상 세계’라는 다듬은 말로 이미 소개된 바 있기 때문이다. ‘메타’라는 줄기에서 갈라져 나온 용어인 만큼 ‘메타 버스’의 대체어와 통일성을 가진 말로 다듬어야 마땅할 터. 그래서 새말모임 위원들은 ‘가상 세계 패션’이라는 말을 다듬은 말 후보로 가장 먼저 뽑았다. 물론 ‘패션’ 대신 ‘의상’ 혹은 ‘의복’을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망설임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패션’은 굳이 우리말로 대체할 필요성을 의심할 만큼 이미 우리 언어문화에 뿌리를 내린 ‘외래어’라는 점에서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다음으로 논의한 다듬은 말 후보는 ‘디지털 의상’. ‘디지털’ 역시 과거 여러 차례의 논의 과정에서 ‘우리말로 대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결론을 얻은 바 있는 단어다. ‘디지털 네이티브’를 ‘디지털 태생’, ‘디지털 노마드’를 ‘디지털 유목민’으로 다듬은 것처럼. 그러나 ‘디지털’에 ‘패션’까지 결합해 ‘외래 용어+외래 용어’로 이뤄진 말을 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래서 ‘디지털’이라는 표현 뒤에 ‘의상’이라는 우리말을 조합해 만들었다. 이후 ‘아바타 의상’이라는 표현을 논의했다. 옷을 입는 주체가 현실 속 인물이 아니라 ‘가상 세계 속에서만 존재하고 활동하는 아바타’라는 점에서 착안한 용어다. 그런데 잠깐. ‘아바타’라는 단어도 우리말로 다듬어야 하는 것 아닐까? 국립국어원에서 2002년에 일찌감치 ‘분신’ 혹은 ‘가상 인물’이라는 다듬은 말을 제시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이를 사용하는 용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을 고려해 ‘아바타’라는 표현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이들 세 후보를 놓고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새말모임 위원들이 예상한 대로 ‘가상 세계 패션’이 82.4%로 매우 높은 선호도를 보이며 채택됐다. ‘디지털 의상’이 71.4%로 뒤를 이었고, ‘아바타 의상’은 51.6%의 선호도를 보였다. ‘가상 세계 패션’이라는 표현이 이렇게 높은 지지를 받은 만큼 앞으로 사용도 역시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한편 새말모임 위원들이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작 ‘메타’의 어원이 비롯된 영어권에서는 ‘메타 패션’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영어권에서는 이를 무엇이라 칭할까. 구글을 검색해 보면 과연 국내 언론의 영문 번역판을 제외하고 ‘메타 패션’(meta fashion)이라는 영문 표현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검색되는 것은 ‘메타버스 패션’(metaverse fashion). 우리와 같이 ‘메타’라는 접두어만 붙여서 사용하지는 않는 것이다. 함께 찾을 수 있는 표현으로는 ‘디지털 패션’(digital fashion)과 ‘엔에프티 패션’(NFT fashion)도 있었다. 한 가지만 덧붙이면 가상 현실을 일컫는 표현에 ‘메타’라는 단어를 처음 쓰기 시작한 것은 1992년 미국의 작가 닐 스티븐슨이 소설 ‘스노크래시’에서였다고 한다. ※ 새말모임은 어려운 외래 새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다듬어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어, 언론, 통번역, 문학, 정보통신, 보건 등 여러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모임을 꾸리고 있다. 김정희 한글문화연대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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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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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어프리와 무장애 여행, 용어 접근성부터 전윤선((사)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 억눌렸던 여행 심리가 활화산처럼 분출되고 있다. 관광약자의 여행도 마찬가지다. 장애인 등 관광약자는 다양한 접근권이 확보되어야 여행하는 데 불편함을 덜 느끼고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다. 접근권의 가장 핵심은 물리적 접근성이다. 이동 접근성, 건물 접근성 등 물리적 접근성은 여행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 물리적 접근성의 첫 번째 요소는 이동이다. 여행의 기본은 이동이기 때문이다. 정보 접근성도 중요하긴 마찬가지다. 여행에 대한 정보가 아무리 많아도 관광약자에게 맞게 가공된 정보가 제공되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다. 응대(서비스) 접근성도 그렇다. 여행은 소비 행위이기 때문에 소비자로서 정당한 응대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여기에 용어 접근성이 추가되어야 한다. 무장애 여행과 관련된 용어에 외국어가 많다 보니 장애인, 고령자에게 낯설고 입에 붙지 않아 언어 접근성이 떨어진다. 무장애 여행 정신에 배치되는 용어는 지양하고 우리 언어와 한글로 바꿔 사용해도 충분하다. ▲ 무장애 시설물 배리어프리 투어리즘(BF Tourism, Barrier-free Tourism) 장애인과 고령자 등 물리적 접근에 제약받는 사람들을 위해 물리적, 심리적인 장벽을 없애야 한다. 배리어프리 투어리즘은 일반적으로 장애인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장벽을 없앤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은 2015년부터 공공 시설물에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BF 인증)’를 시행하고 있다. 여행에도 배리어프리 투어리즘이 접목돼 사용되면서 범주가 확장되고 있다. 배리어프리는 물리적 접근이 불가했던 건축물에 경사로를 놓아 보행약자도 안전하게 건물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확장성을 말한다. 이는 여행지에도 그대로 적용돼 무장애 여행, 접근 가능한 여행(Accessible Tourism)으로 확장된다. 따라서 배리어프리 투어리즘을 우리말로 바꾼다면 ‘장벽 없는 여행’ 또는 ‘장벽 없는 관광’이다. 우리말로 바꾸면 훨씬 매끄럽고 언어 접근성이 높아진다. 유니버설 투어리즘(Universal Tourism) 유니버설 디자인은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 혹은 ‘보편적 디자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연령, 성별, 국적, 장애 유무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건축, 환경, 서비스 등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말로 바꾸어 말하자면, 범용 디자인인 셈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가 있는 이용자를 위해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배리어프리 디자인(Barrier-free design)과 구분된다. 그러나 유니버설 디자인은 배리어프리 디자인의 개념을 포함하여 더욱더 많은 이용자 계층을 고려하는 것으로, 더 넓은 범위를 가진 이용자 중심의 디자인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건물의 물리적 접근성을 위해 기본구상, 기본기획, 기본설계, 시공(현장), 유지관리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유니버설 디자인을 고려하여 건물을 설계한다. 휠체어 진입 가능성은 차별 없는 접근성을 위한 최소한의 물리적 조건이다. 엘리베이터도 있어야 하고 입구에는 턱이 없어야 한다. 장애인 화장실과 성 중립성, 즉 다목적 화장실이 있어서 성 지향성,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모두가 이용 가능한 화장실이 있어야 한다. 유니버설은 여행 상품에도 적용된다. 모든 사람은 관광을 통한 체험을 영위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이에 어떠한 장애물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 이동성, 시각, 청각, 인지적인 측면의 장애로 인해 관광상품, 서비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독립적이고 평등하게 관광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범용으로 디자인된 관광상품, 서비스,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유니버설 여행의 가치고 핵심이다. 위와 같이 장애인 등 관광약자에게 장벽 없는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기에 모두를 위한 관광(Tourism for All)이라 말할 수 있다. 인크루시브 투어리즘(Inclusive Tourism) 인크루시브 투어리즘도 위에서 설명한 두 용어와 맥락을 같이한다. 모두를 위한 관광에 ‘포용’이란 핵심어를 더하면 포용 관광이 된다. 포용 관광은 그동안 관광에 소외됐던 장애인 등 관광약자를 포용한다는 뜻이다. “모두를 위한 관광”은 장애, 연령, 성별, 인종, 국적 등 다양한 사회·문화적 조건과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며, 안전하게 여가 문화를 즐기도록 하는 일련의 서비스와 시설들을 말한다. 예를 들면, 물리적 환경의 개선, 교통수단 제공, 정보 및 의사소통 응대(서비스)가 있다. 장애인·고령자·임산부·영유아를 포함하는 모든 사람이 어떤 유형의 관광 활동이라도 자유롭고, 편안하고,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관광(물리적 환경, 정보제공, 인적 지원)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반적으로는 무장애 관광(Barrier-free Tourism), 접근 가능한 관광(Accessible Tourism), 유니버설 관광(Universal Tourism), 포용 관광(Inclusive Tourism) 등의 용어를 혼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무장애 관광’, ‘장애인 관광’을 주로 사용하여 보편적인 개념인 ‘모두를 위한 관광’으로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는 추세다. 트레블 헬퍼(Travel Helper)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 등 관광약자에게는 여행 도우미가 필요한 사람이 많다. 관광약자는 이동과 시설 이용 및 정보 접근 등의 제약으로 관광활동이 어려운 사람을 뜻한다. 더 나아가 관광의 제약을 받은 모두가 관광약자이기도 하다. 관광약자는 다양한 요인과 상황에 따라 정의될 수 있다. 사회·경제적 요인으로는 동행인이 없거나 관광 비용이 부담되는 경우가 있다. 의료·종교적인 요인도 포함된다. 식이 조절이 필요하거나 음식 선택의 제한이 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의사소통의 요인으로는 인지 제한 혹은 청각ߵ발달 장애가 있거나 우리나라 말과 글을 모르는 외국인도 포함한다. 이동의 제한 요인은 보행 보조 기기를 사용하며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경우를 말하고, 관광약자와 동행할 때도 포함된다. 장애인 등 신체적, 정신적 약자는 타인의 도움이 있어야 여행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무장애 여행 도우미는 무장애 여행의 필수 조건이다. 세계관광기구(WTO)는 신체་사회ߵ문화 조건과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며 안전하고 공정하게 관광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상품, 서비스, 환경을 제공하는 관광이라는 의미를 담아 ‘모두를 위한 관광’을 정의했다. 모두를 위한 관광은 관광약자만을 위한 관광은 아니다. 그러나 관광약자를 고려해 기반을 마련한다면 모두가 안전하고 편리한 관광을 즐길 수 있다. 그러려면 관광약자에 대한 관심이 지속 가능해야 한다. 무장애 관광 문화가 해외에서 유입된 것은 사실이나, 국내에 정착하는 단계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외국어를 이제는 우리말과 우리글로 바꿔 써야 한다. 무장애 여행은 보편적이고 평등하며 공정해야 한다. 공정한 여행의 기본은 정당한 편의 제공에서 비롯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용어 접근성부터 살펴야 한다. ▲ 모두를 위한 여행 전윤선 (사)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 무장애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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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자 : 전윤선
- 등록일 : 202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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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우리 새말] 대통령 집무실 입구에서 아침마다 김정희 (한글문화연대 기획위원) 단언컨대 요즘 우리 주변에서 가장 자주 듣게 되는 신종 외국어는 ‘도어스테핑’(doorstepping)이라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언론과 누리소통망 등의 공론장에 이 용어가 오르내리고 있다. 대통령이 ‘국민들과의 실시간 소통’을 표방하며 용산 집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현안에 관련해 간단한 문답을 나누면서부터다. 그래서 ‘도어스테핑’이라는 용어는 곧 ‘취재원이 출근길에 기자들과 간단히 주고받는 문답/회견’을 일컫는 말처럼 알려졌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정확한 뜻일까? 이 말을 사용하는 기자들이 이런 의문을 품고서 국립국어원에 문의했다고 한다. 과연 지금의 취재 형식을 이 말로 표현하는 것이 맞을까? 우리말로 순화한다면 어떤 표현이 적절할까. 이번 새말모임 회의에서는 이 ‘도어스테핑’을 우리말로 다듬어 보기로 했다. 옥스포드 영어 사전에 따르면 ‘도어스테핑’은 “기자들이 인터뷰하거나 사진을 찍기 위해 문 앞에서 누군가를 부르거나 기다리는 행위”를 뜻한다. 언론에 노출되기를 꺼리는 취재원을 상대로 기자들이 기습적으로, 혹은 어느 정도 공격적으로 취하는 행동이라 대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우리 언론에서는 이를 속칭 ‘뻗치기’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부라사가리’(ぶらさがり·매달리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에서 많이 쓰는 ‘도어스테핑’은 이와 거리가 있다. 행위의 주체가 ‘기자’가 아니라 ‘취재원’이다. 즉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취하는 언론과의 소통 방식을 가리킨다. 기사나 뉴스에서 쓴 예를 보더라도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윤 대통령, 도어스테핑 재개”라는 식으로 대통령을 주어로 삼아 쓴다. 원래 이 말이 비롯된 영어권에서 쓰는 용법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야말로 주객이 바뀌었다. 새말모임 위원들의 고민은 이 지점에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맥락에 비추어 볼 때 ‘출근길 문답’이 무난한 대체어일 듯싶었다. 하지만 이 말에 현재 우리 사회에서 쓰이는 쓰임새가 담기는 것이 ‘필요’할지 모르나, 대체어로서 그 조건은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원래 영어권에서 사용하는 원뜻에 충실한 대체어를 찾아냈다. ‘문 앞 취재’가 그것이다. ‘취재’라는 단어에서 읽을 수 있듯 취재원보다는 기자를 행위의 주체로 놓은 표현이다. 이를 대체어 1순위로 올렸다. 그런데 ‘문 앞 취재’라는 표현으로는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용산 집무실 입구 풍경’을 떠올리기 어렵다. 무엇보다 취재원인 대통령이 보여 온 소통의 적극성을 잘 담고 있지 않은 표현이다. 그래서 취재원과 기자가 암묵적 합의로 질문과 대답을 적극적으로 주고받는 지금의 방식을 표현하기 위해 ‘약식 문답’을 2순위 대체어로 올렸다. ‘약식 (기자)회견’이라는 표현도 검토됐으나, ‘회견’이라는 형식은 사전에 계획적으로 기자들을 불러 모았다는 느낌이 있어 채택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출근길 문답’은 3위 후보로 내려갔다. 시민들의 의견은 달랐다. 지금의 쓰임새에 충실하게 ‘출근길 문답’을 대체어로서 가장 선호한 것(75.8%)으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뒤를 이어 ‘약식 문답’도 비슷한 선호도를 보였다. 반면 새말 위원들이 지지한 대체어 후보 ‘문 앞 취재’가 ‘적절하다’는 응답률은 1, 2위에 비해 선호도가 20% 포인트 가까이 낮았다. 여론조사 과정에서 ‘도어스테핑’이 영어권에서는 원래 어떤 의미로 사용되며, 그래서 현재 우리 사회의 쓰임새가 이와는 얼마나 다른지 일일이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시민들은 원뜻과 무관하게 ‘가장 익숙하고,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선택한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하나의 외국어에 하나의 우리말 대체어를 제시하던 이전과 달리 ‘출근길 문답’과 ‘약식 문답’, 두 말을 대체어로 선정해 발표했다. 한편 ‘출근길 문답’이나 ‘약식 문답’으로 바꿔 부르기에는 너무 늦은 것 아닐까. 이미 우리 사회가 ‘도어스테핑’에 너무 많이 노출됐는데, 과연 대체어가 받아들여질까 의구심을 품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사실 매번 새말모임에서 고민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그런데 이번 여론조사에서 뜻밖의 결과가 있었다. 언론에서는 거의 매일 ‘도어스테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2000명의 응답자 중 ‘도어스테핑’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 보았다”는 사람이 무려 44.7%나 됐다. 한 번 이상 들어 본 사람 중에서도 이를 ‘드물게’ 혹은 ‘매우 드물게’ 들어 보았다는 응답자가 66%였다. ‘말을 다듬기에는 이미 늦은 게 아닌가?’ 하고 염려할 때가 아니라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아직 많이 남은 시점이었던 것이다. 특히 기자들이 먼저 이 용어의 쓰임새에 의구심을 가지고 국립국어원에 문의한 만큼 언론사에서 더 적극적으로 우리 새말 쓰기에 나서 줄 것을 기대해 본다. ※ 새말모임은 어려운 외래 새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다듬어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어, 언론, 통번역, 문학, 정보통신, 보건 등 여러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모임을 꾸리고 있다. 김정희 한글문화연대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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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자 : 김정희
- 등록일 : 202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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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우리 새말] 네카라쿠배? “정보 기술 대기업” 지승호 (한글문화연대 기획위원·인터뷰 작가) 네카라쿠배당토직야. 요즘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회사들의 이름이다.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을 뜻하는 네카라쿠배에 당근마켓, 토즈, 직방, 야놀자가 추가됐다. 과거에는 인재들이 은행에 취직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였던 시절도 있었고, 삼성·현대·LG·SK 등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지상 목표였던 시절도 있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이 업체들은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는데,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시대에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업들도 ‘빅 테크’ 회사들이거나 ‘빅 테크’를 지향하는 회사들이다. 빅 테크(Big tech). 이번에 다듬을 말이다. 구글, 아마존, 메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큰 정보기술 기업을 뜻하는 말이란다. 국내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제공 사업을 핵심으로 하다가 금융시장에도 진출한 업체를 지칭하는 말로 주로 쓰인다고도 한다. 송금과 결제뿐만 아니라 자산 관리나 보험 영역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빅 테크 기업으로는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이 있고, 중국 기업으로는 텐센트, 바이두 그리고 틱톡을 보유한 바이트댄스 등이 있다. 모두 엄청나게 큰 기업들이며, 성장이 더 기대되는 기업들이다. 새말모임 위원들은 ‘빅데이터’처럼 ‘빅 테크’ 역시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대로 사용될까 싶어 부담을 느끼긴 했으나, ‘빅 테크’는 ‘빅데이터’만큼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투지를 보였다. 빅 테크라는 말의 큰(big)은 ‘테크’, 즉 기술을 수식할 수도 있지만, ‘빅 테크 컴퍼니’에서 생략된 ‘컴퍼니’, 즉 ‘회사, 기업’을 수식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논의 중에 나왔다. 한 위원이 테크 컴퍼니라는 말도 많이 쓴다며 일반적인 기술 업체보다 전문성이 조금 더 높은 정보기술 업체라는 의미로 쓴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또 빅 테크로 불리는 기업들이 워낙 큰 기업들인 만큼 ‘대형’보다는 ‘거대’가 어울리는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형과 거대, 두 단어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다. ‘기업’이라는 말을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오갔다. 결국 새말모임의 위원들은 ‘대형 정보기술 기업’과 ‘거대 정보기술 기업’이라는 두 말을 다듬은 말 후보로 채택했다. 여기에 대기업이라는 말이 보편적으로 쓰이니 ‘정보기술 대기업’을 추가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고, 세 번째 후보 낱말로 정했다. 새말모임 위원들은 언중이 언어를 어느 단위로, 어느 정도로 느끼고 있나를 세심히 고려하며 말을 다듬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국민 수용도 조사에서 ‘빅 테크를 쉬운 우리말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에 응답자의 57.8%가 손을 들었다. 바꾸어 쓸 우리말로는 응답자의 70.5%가 ‘정보기술 대기업’을 선택했다. 이어 ‘대형 정보기술 기업’(66.5%), ‘거대 정보기술 기업’(57.4%) 순으로 나왔다. ※ 새말모임은 어려운 외래 새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다듬어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어, 언론, 통번역, 문학, 정보통신, 보건 등 여러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모임을 꾸리고 있다. 지승호 한글문화연대 기획위원·인터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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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자 : 지승호
- 등록일 : 202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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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우리 새말] ‘에듀테크’는 무엇일까? 지승호 (한글문화연대 기획위원·인터뷰 작가) 새말모임 2조에서 6월에 올라온 새말 후보 용어는 모두 7개였다. 베케플레이션(vacaflation, vacation + inflation), 클러터코어(cluttercore), 빅테크(big tech), 메타 패션(meta fashion), 에듀테크(edu tech, education+technology),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 리테일 테라피(retail therapy)였다.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단어가 두 개나 있는 것을 보니 확실히 수십 년 만에 인플레이션 시대가 오는 게 실감이 났다. 새말모임 위원들은 그중에서 빅테크와 에듀테크를 다듬기로 했다. 후보 낱말 중에서는 그래도 제법 익숙한 말들이다. 하지만 익숙하기 때문에 우리말로 마침맞게 바꾸는 일이 쉽지 않아 보였다. 새말모임 회의를 위해 준비된 자료에 ‘에듀테크’는 ‘교육 분야에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한 산업’을 뜻한다고 나와 있었다. 위원들 사이에서 ‘에듀테크’가 기술을 가리키는지, 산업을 가리키는지를 두고 토론이 벌어졌다. 한 위원이 에듀테크를 핀테크와 같은 용어로 본다며 교육을 정보화 차원에서 다루는 기술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교육 정보화 기술’로 다듬자는 제안을 했다. 곧 최근에는 교육 정보 기술을 이용한 산업이라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는 반론이 나왔다. 그러나 기술을 이용해 산업이 형성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그것이 특별히 산업으로 규정해야 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는 의견이 나왔다. 또한 산업을 가리키는 말과 기술을 가리키는 말은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에듀테크 기업’이라고 할 때는 교육 정보화 기술을 다루는 기업, ‘에듀테크 시장’이라고 할 때는 그런 기술로 형성된 산업을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고, ‘에듀테크’ 뒤에 산업이 생략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반론이 이어졌다. 기술을 가리키냐, 산업을 가리키냐 하는 논의 중에 ‘에듀테크’의 뜻풀이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됐다. “단어의 구성은 교육과 기술의 합성어이기는 한데, 교육 시장에서 당면한 어떤 문제를 정보기술(IT)로 풀어 보려고 하는 사업들 전반을 다 가리켜서 에듀테크로 부른다는 해석도 있다.” “단순히 교육에 활용하는 정보기술을 일컫는 것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닌 것 같다. 최근 쓰임을 보면 정보기술을 활용한 산업체가 새롭게 생성되기도 하고 많이 발달하다 보니 언론에서 산업을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한 것 같다.” 새말모임의 위원들의 고심은 더 깊어졌다. 기술의 변화에 따라 ‘에듀테크’라는 말의 사용법도 바뀌어 왔지만, 잘 생각해 보면 컴퓨터만 사용하던 시절이나 다양한 기기를 사용하는 지금이나 본질은 같다고 한 위원이 역설했다. 우리는 결국 소프트웨어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곧 더 발전한 기술이므로 ‘첨단 기술’이나 ‘혁신 기술’이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가리키는 폭넓은 의미의 용어이고, 언어의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설왕설래하던 의견들은 결국 ‘교육 정보 기술’로 모아졌다. 하나의 후보만 채택된 것이다. 여론조사업체에서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에듀테크를 우리말로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으로 답한 사람은 65.9%였고, 단일 후보였던 ‘교육 정보 기술’에는 87.2%가 적절하다고 응답해 최종 다듬은 말로 채택됐다. ※ 새말모임은 어려운 외래 새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다듬어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어, 언론, 통번역, 문학, 정보통신, 보건 등 여러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모임을 꾸리고 있다. 지승호 한글문화연대 기획위원·인터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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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자 : 지승호
- 등록일 : 202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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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를 ‘가까운 먹을거리’로 부르자 김인원 (한살림대전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말과 용어가 생겨난다.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겠지만 먹을거리 환경은 기후 위기에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그래서 먹을거리 관련 정책과 일상생활에서 새롭게 사용되고 있는 단어들도 많다. 최근 우리는 로컬푸드나 로컬푸드 직매장이라는 단어를 많이 접한다. 1990년대 중반에 건강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먹을거리 운동으로 로컬푸드 운동이 시작되었고, 일본에서는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지산지소(地産地消)운동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를 “로컬푸드”라고 부르고 있다. 먹을거리 정책, 계획을 좀 더 쉽고 깊게 접할 수 있도록 2016년 유엔 총회에서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수립하였고,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2018년에 한국형 지속가능발전목표(K-SDGs)를 세웠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100대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지속가능한 농식품 산업기반 조성’이란 과제를 내놓았고, 그 내용에는 ‘2018년 국가 및 지역 푸드플랜 수립’이 포함되었다. 이에 따라 연구용역과 함께 각 지자체별로 먹거리종합계획이라는 푸드플랜을 세우게 되었고, 몇 지자체에서는 민관이 함께하는 도농상생의 푸드플랜네트워크의 창립식도 열렸다. 그때 한 지역 지자체장은 축사를 하며 로컬푸드의 개념이나 여건도 잘 세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푸드플랜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였다. “로컬푸드”는 먹을거리에 ‘농장에서 밥상까지의 거리’를 도입한 개념이다. 글로벌 푸드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지역 먹을거리를 뜻한다. 먹을거리의 이동 거리를 줄여서 신선도와 안전성을 확보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임으로써 환경 부담도 감소시키며, 더 나아가 생산자와 소비자가 관계성을 가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로컬푸드를 “얼굴 있는 먹을거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국토 면적이 큰 나라와 작은 나라에서의 거리 개념은 전혀 다르다. 그 거리라는 개념이 단순히 물리적 거리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먹을거리를 중심으로 사람들과 만나고 놀고 먹고 일하고 있는 나는 로컬푸드라는 말보다는 “가까운 먹을거리”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정책에서 로컬푸드라는 것은 행정구역 단위로 운영되고 있는데, 특히 식량 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 도시에서 로컬푸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숫자의 개념보다는 인간적, 사회적 관계면에서 접근하고, 물품에 담긴 의미와 소비 정의가 그 안에 담겨 있어야 한다. 로컬푸드라는 용어가 도입되고 조금씩 활성화될 때쯤 로컬푸드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그 토론회에서 로컬푸드 매장에서 바나나를 판매하는 일과 바나나를 이용한 가공식품 개발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에는 그 지역에 바나나 생산자도 없었고 바나나는 우리나라 과일이 아니라고 인식되고 있었다. 그런데 현재는 지구 온난화로 우리나라 중부 지역에서도 바나나를 생산할 수 있으며, 당연히 남부 지역의 일부 로컬푸드 매장에서도 바나나가 판매되고 있다. 열대성 과일이 우리나라에서도 생산,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의 먹을거리, 가까운 먹을거리가 정서적·관계적 의미로 다가온다. 생산되는 지역 중심의 개념을 넘어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교류함으로써 먹을거리에 대한 신뢰와 책임 있는 생산, 소비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거리 개념의 로컬푸드라는 말보다는 사회적 관계성을 포함하는 “가까운 먹을거리”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푸드플랜”도 쉽게 말하면, 상생의 가치를 바탕으로 먹을거리의 생산부터 유통, 소비, 폐기까지를 아우르는 일련의 먹을거리 계획이자 정책이다. 즉 지속적으로 상생하는 삶을 위한 지역민 중심의 “지속가능한 먹을거리 체계, 계획”인 것이다. 그림1. 한살림의 ‘가까운 먹을거리 운동’ (출처: 한살림 누리집) 함께 먹는 밥상, 함밥 스위스 역사가인 부르크하르트의 <그리스 문화사>를 보면 함께 식사하는 문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책을 보면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이 개인이나 사회 발전의 중심에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식문화는 급격히 변화되고 있다. 먹는다는 것에 대한 생각도 크게 변화하였다. 먹을거리는 풍부해졌지만 밥을 혼자 먹는 혼식이나 독식이 늘었고, 밥을 먹으며 휴대전화, 텔레비전이나 책을 보며 식사에 집중하지 않고, 그저 한 끼 때운다고 생각하며 먹는 무관식으로 외로운 밥상을 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최근 지역을 중심으로 먹을거리를 둘러싼 불안정한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들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커뮤니티 키친”이라는 공간이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커뮤니티 키친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어떤 의미인지 바로 와닿지 않는다. 공간에서 내용을 만들어 가면서 “공유부엌”, “마을부엌”, “공유식당”이라는 이름으로 먹을거리 나눔, 돌봄, 공동식사, 텃밭·조리교육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진다. 공간을 통해 먹을거리가 가지는 의미인 먹을거리 공동체를 실현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소셜 다이닝”도 “공동체 밥상”, “관계 밥상”, “수다 밥상” 정도로 표현하면 더 쉽고 깊게 다가올 것이다. 코로나 상황에서 케이터링(Catering)이라는 단어도 주변에서 자주 접하고 있다. 케이터링은 작은 단위의 다양한 행사나 모임에 음식을 미리 준비하여 제공해 주는 “출장 음식”을 뜻한다. 처음 케이터링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생소하여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알기 어려웠으나, 지금은 그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외국에서 생겨서 우리나라에 들어온 용어가 우리 언어로 이해되고,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표현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새로운 외국어 단어를 우리말로 표현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내용이 담긴 단어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렵다고 우리말로 표현하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주변의 누군가는 소외될지도 모른다. 우리말 표현이 낯설어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올 때가 올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의미와 깊이를 많은 이들이 이해하고 함께할 수 있도록 우리말로 말을 걸어보자! 그림2. ‘가까운 먹을거리로 함께 하는 밥상’ 김인원 한살림대전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 모심으로 대표 <미각의 학교> 번역, <채식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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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자 : 김인원
- 등록일 : 202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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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우리 새말] ‘페일콘’보다는 ‘실패 공유 모임’ 김정희 (한글문화연대 기획위원) 영문 표기 없이 ‘페일콘’이라는 단어를 처음 ‘보았을 때’ 어떤 의미로 해석이 되는가. ‘페일’이라면 먼저 ‘pale’, 즉 색이 옅다, 흐리다는 단어가 떠오를 수 있겠다. 그럼 ‘콘’은? 제일 쉽게 연상되는 단어가 ‘corn(옥수수, 알곡)’ 혹은 ‘cone(원뿔)’이 아닐까. 그렇다면 ‘페일콘’은 ‘옅은 색 옥수수’? ‘흐린 색 원뿔’인가? 그것도 아니면 ‘레미콘(ready-mixed concrete)’ 같은 콘크리트의 일종일까? 틀렸다. 요즘 종종 언론 등에 등장하는 페일콘은 다름 아닌 ‘failcon’이다. “창업자와 투자자 등 기업 관계자들이 모여 자신의 실패 경험을 공유하고 실패 요인과 해법 등을 논의하는 자리”라는 뜻으로, 영어 낱말 ‘fail conference’의 줄임말이다. 페일콘은 해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행사의 이름, 즉 일종의 고유명사다. 그것이 마치 보통명사처럼 쓰여 국내 언론에서도 “창업 실패 두렵다는 청년들 ‘페일콘’ 필요해요”(시사저널), “실패담 나눌 ‘한국판 페일콘’ 열자”(한겨레) 등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예를 든 것처럼 영문 표기를 병행하지 않는 한 그 뜻을 다양하게 오해할 수 있다. 특히 ‘f’는 우리 표기법상 ‘p’와 마찬가지로 ‘ㅍ’으로 표기하기 때문에 더더욱 헷갈린다. 이렇게 우리말로 표기했을 때 의미를 알아차리기 모호하고 오해할 우려가 있는 영문 합성어는 우선하여 우리말로 다듬어야 하지 않겠는가. 마땅한 대체어가 없다면 또 모를까, 사실 국내에서도 이미 비슷한 행사가 열리고 있고 우리말 이름도 있다. 행정안전부가 2018년부터 열어 온 ‘실패박람회’가 그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사용해 온 데다가 정부에서 공인한 이름이자 더 쉬운 말인 ‘실패박람회’를 ‘페일콘’의 대체어로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이번 새말 모임의 고민은 이 대목에서부터 출발했다. “박람회라고 하면 상당히 규모가 큰 행사를 떠올리게 된다. 더 작은 단위로 모여 실패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까지 아우르려면 새로운 표현을 제시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실패’가 주제이자 소재인 모임이다 보니 ‘실패’라는 단어는 빼놓을 수 없고, 그 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자리’라는 뜻에 맞춘 단어를 고르는 게 관건. 떠오른 후보들은 ‘공유 모임’, ‘공유 담화’, ‘공유 회담’, ‘담론회’, ‘간담회’ 등등이었다. 모두 비슷한 뜻이긴 하나 ‘회담’, ‘담화’ 혹은 ‘간담’ 등은 너무 딱딱하고 격식을 갖춘 모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모임은 허심탄회하게 자기 경험을 털어놓고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구하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필요한데, 경직된 이름의 틀에 갇혀 버리면 안 될 듯싶었다. 대신 최종 후보로 선택한 다듬은 말은 ‘실패담 나눔터’, ‘실패 공유 모임’, 그리고 ‘실패 담론회’이었다. 자주 느끼는 바이지만, 말을 지을 때 순우리말을 많이 사용하면 그 표현이 훨씬 친근하고 쉽게 다가온다는 느낌이다. 이번에도 ‘~회(會)’, ‘~장(場)’보다 ‘모임’, ‘터’ 같은 우리말이 더 부드럽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형태나 규모의 모임을 표현하는 데 널리 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말 모임에서 꼽은 1순위 후보는 ‘실패’ 뒤의 단어를 순우리말로 붙인 ‘실패 나눔터’. 하지만 여론조사 응답자들은 ‘실패 공유 모임’을 가장 적절한 대체어로 뽑았다(75.6%). 다음이 ‘실패담 나눔터’, ‘실패 담론회’의 순이었다. 한편 이번 새말 모임에서는 최종 후보로 선택받지는 못했으나 신선한 표현도 물망에 올랐다. 그 하나가 ‘실패 이야기꽃 마당’. 아하, ‘이야기꽃을 피운다’는 의미였던 것이구나. 고개가 끄덕여졌다. 또 다른 표현은 ‘폭망회’였다. ‘폭망’은 ‘폭싹 망하다’를 줄인 말로,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쓰이곤 한다. 재미있는 표현으로 웃음을 자아냈으나 다소 비속어 느낌이 들고 이 역시 순화해야 할 말일 듯해서 제외됐다. 이렇듯 새말 모임에서는 ‘가장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한자어’ 외에 다양한 우리말을 새롭게 발굴해 써 보고자 시도하고 있다. 바로 당장 사용하기에는 좀 낯설고 어색한 표현일지라도 이런 창의적이고 과감한 시도 속에 우리말의 쓰임새를 새로 발견하고 더욱 신선한 표현을 건져 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말모임 위원들의 꾸준한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 새말모임은 어려운 외래 새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다듬어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어, 언론, 통번역, 문학, 정보통신, 보건 등 여러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모임을 꾸리고 있다. 김정희 한글문화연대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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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자 : 김정희
- 등록일 : 2022.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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