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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얼티 프리와 동물 학대

  • 등록일: 202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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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얼티 프리와 동물 학대

김주만(문화방송 뉴스투데이팀장)

뼈를 드러낸 돼지 사체가 굵은 쇠갈고리에 꿰여 흔들거리며 이동하고 있다. 1차로 손질돼 가죽을 잃은 살덩어리는 이미 돼지의 형상을 잃었지만, 이 가운데 일부는 생명이 완전히 끊기지 않은 채 발작하듯 고통스럽게 꿈틀대기도 한다. 몇 년 전 케이비에스(KBS)에서 방영한 돼지 가공시설 방송의 한 장면이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소비하는 돼지는 약 1,500만 마리,(여기서 ~이다를 붙이든지, 아니면 마침표로 끊어주든지 할 것. 뒷문장과 호응이 되지 않음) 이보다 훨씬 많은 사랑(?)을 받는 닭은 10억 마리, 소 등 다른 육용 동물을 합치면 연간 1억 1천만 마리의 생명이 우리의 밥상을 위해 소비된다. 물론 불법 도축되는 개나 뱀, 곰 같은 동물은 통계에서 빠졌다.

농장의 닭과 돼지, 소는 그들의 오롯한 생명 자체와 무관하게 오로지 인간을 위해서 존재할 뿐이다. 한 달도 살지 못하고 도살되는 닭은 물론이고, 알을 낳지 못하는 수평아리는 수놈으로 판별된 직후 산 채로 분쇄기에 갈아져 또 다른 동물의 먹이로 쓰인다. 살을 쉽게 찌우기 위해 움직이지도 못하는 공간에서 최종 목적지인 ‘도살’에 이르기까지 겨우 살아가는 ‘생존 동물’들의 삶도 행복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림 1. 움직이지도 못하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그림 1. 움직이지도 못하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

동물실험도 같다. 신약의 효과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검증하기 위해 동물들은 일상에서 노출되는 것보다 더 직접적이고 과다하게 약물을 맞고서 온몸으로 약효를 검증해야 한다. 플라스틱 틀 안에 갇힌 토끼의 눈에는 화장품 성분이 직접 주입되고, 개의 입에 흡입용 마스크를 씌워 담배 성분의 위험성을 검증한다. 신약과 화장품, 담배 같은 새로운 기호품이 상품으로 만들어질 때마다 필수적으로 거치는 ‘안전성 검사’는 이렇게 동물들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

최근 이런 잔혹한 실험/사육 사실이 알려지면서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를 내세우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크루얼티 프리’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거나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만드는 제품이나 방법을 의미한다. 외국에서는 토끼 문양의 상징이 들어 있는 ‘크루얼티 프리’ 제품 사용을 권하는 윤리적 소비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어 그대로 ‘크루얼티 프리’를 표기하거나, 시민운동을 하는 쪽에서는 ‘동물해방’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크루얼티’를 그대로 쓰는 것은 외국어 남용인 만큼 직역하여 ‘잔혹성 배제’나 ‘잔혹성 없음’의 의미를 담은 ‘동물복지’, ‘반(反)동물학대’ ‘비(非)동물학대’도 사용할 만하다. 장애인에게 장벽이 없는 상태를 뜻하는 ‘배리어 프리’나 동물을 학대하지 않는다는 ‘크루얼티 프리’나 모두 ‘~이 없는’ 상태를 영어 단어 ‘프리’로 표현하지만, 자칫 ‘장벽이 자유롭게 널린’, ‘잔혹함이 자유롭게 자행되는’의 뜻으로 오해할 위험이 있다.

인간이 일부러 잔인하게 동물을 학대하고 도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간적 기대’와 달리 사람은 훨씬 잔인하다. 부드러운 육질을 위해 동물을 때려잡거나, 숨을 남겨둔 채 멱을 따는 식의 야만성은 많이 사라졌지만 다른 개들이 보는 앞에서 전기나 망치를 이용하는 도축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은 아직 ‘인간적 기대’가 실현되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 돼지의 이를 뽑고, 맛을 위해(냄새를 없애기 위해) 마취 없이 거세가 이뤄지는 것은 외국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동물복지’가 점차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각 제약사나 의료기관이 동물실험 결과를 공유해 추가로 진행되는 동물실험을 최소화하고, 국민 간식이 된 치킨이나 유독 삼겹살에 집착해 돼지의 과대 도축을 불러오는 우리의 식습관도 고민해야 한다. 개고기 금지와 관련해 대통령의 언급도 있었던 만큼, 도축은 불법이고 판매는 합법인 개고기 관련 법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중국 등 일부 나라의 경우 동물실험을 통한 안전성 검사를 필수 조건으로 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대체육을 개발하는 등 동물복지를 폭넓게 진행하되 당장 타격이 불가피한 축산농가에도 합의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림 2. 동물복지와 축산농가 타격을 모두 고려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class=그림 2. 동물복지와 축산농가 타격을 모두 고려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그 사회의 언중이 사용하는 말은 그 사회를 직접 반영한다. 인간들이 동물들의 잔혹한 죽음을 ‘비인간적’이라고 부르거나 ‘동물복지’를 운운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동물에게 인간은 가장 잔인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노력을 하는 것은 동물의 죽음 앞에 도덕적 부담을 피하려는 알량한 양심임과 동시에, 인간 때문에 죽어가는 생명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측면에서 말부터 손질하자.

조형근

김주만

  • 문화방송 뉴스투데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