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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채용, 장애인 차별하는 말

  • 등록일: 2021.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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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채용, 장애인 차별하는 말

소준섭(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국제관계학 박사)

“블라인드 채용? 차별을 없애자면서 왜 차별어를 쓸까?

‘블라인드 터치’라는 말이 있다. 컴퓨터나 워드 프로세서에 키보드로 입력을 할 때 자판의 문자에 의존하지 않고 손가락 끝의 감각에만 의지하여 자판을 두드리는 기법을 말한다.

그런데 영어 단어 ‘blind’는 “눈이 부자유한”이나 “눈이 보이지 않는”이라는 뜻으로 ‘시각 장애인’을 가리키는 용어로서 ‘차별 언어’이다. 더구나 이 말은 ‘브라인도 탓치(ブラインドタッチ)라는 일본식 영어에서 온 말이다. 이러한 차별어는 당연히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그림 1.‘블라인드’는 차별어이자 일본식 영어 표현이다. 그림 1. ‘블라인드’는 차별어이자 일본식 영어 표현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비슷한 용법으로 ‘블라인드 채용’이란 용어를 널리 사용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은 입사지원자들이 이력서에 차별당할 수 있는 사항들을 기재하지 않은 채로 시험과 면접을 치를 수 있는 채용 방식을 뜻한다. 이러한 ‘블라인드 채용’은 우리 사회에서 ‘불공정한 차별’을 없애고 공정한 채용을 실천한다는 명분으로 널리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블라인드, blind’라는 용어 자체가 이미 ‘차별 용어’에 속한다. 차별을 없앤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 채용 방식에서 정작 ‘차별어’를 사용하는 현상은 참으로 모순적이다.

특히 공공기관에서도 ‘블라인드 채용’이라는 용어를 널리, 흔하게 사용하고 있다. 장애인 차별을 없애는 데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에서 차별 용어를 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함은 마땅하다.

이렇듯 일본식 영어 남용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산업 동향 보고서에서 “미국 거대 반도체 기업들이 글로벌 플랫포머로 미래차 시장 지배 전략을 모색 중”이라고 지적했다. 플랫포머는 반도체, 소프트웨어에서의 독보적 경쟁력을 갖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기업들을 의미한다(2021년 9월 28일).


최근에 발행된 한 언론 기사의 내용이다. 이 글에 나오는 ‘플랫포머’는 일본에서 최근에 만들어진 용어다. 즉, ‘플랫포머, platformer’는 정보 전달이나 사업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자 또는 인터넷에서 대규모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대 정보통신 기업을 지칭한다. 상당한 공신력을 지닌 연구원의 보고서에서 일본식 용어를 ‘보급’하는 셈이다. 이렇게 일본식 영어 남용 현상은 단순한 과거형이 아니라 지금 이 시간에도 진행되는 현재형이다.


프랑스 헌법 제2조, “프랑스의 언어는 프랑스어로 한다.”

프랑스어는 이 지구상에서 우아하고 고상한 언어 가운데 하나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프랑스어의 위상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 프랑스 헌법 제2조에는 “프랑스의 언어는 프랑스어로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는 공적 영역에서 공용어인 프랑스어를 사용하도록 국민에게 강제하는 규정이다. 대중 매체를 포함한 모든 공식 문건에서 사용되는 용어와 신조어는 언어의 규범화(codification)라는 목적으로 세워진 국가 언어정책 기구인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한 프랑스 정부는 1972년 용어 및 신조어를 관리하기 위하여 정부 각 부처에 반드시 전문용어위원회를 설치하고, 새로 유입되는 외국어에 적절한 번역용어를 지정하거나 새로 출현한 물건이나 개념을 지칭할 단어를 제정하는 등 관련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였다.


그림 2. 프랑스 헌법 제2조, “프랑스의 언어는 프랑스어로 한다.” class=프랑스 헌법 제2조, “프랑스의 언어는 프랑스어로 한다.”

언어란 한 나라의 문화를 형성하는 핵심적 구성 요소이다. 우리말을 소중히 가꾸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오늘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엄중한 임무다.

조형근

소준섭

  •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국제관계학 박사